EU 각국에 탈퇴 준비시간 요청


"소수 특권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국가"를 내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영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메이 총리(사진)는 영국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테러 대책이나 기후변화 협상 등에서는 유럽연합(EU)과의 전략적 공조를 유지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할 입장이다.

영국 내부적으로도 브렉시트 이후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메이 총리는 도시에서 혜택을 받아온 금융산업 종사자와 세계화에서 소외된 지방 저소득층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로 촉발된 내수 위축과 금융 불안,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중층적 경제 위기를 해소할 묘안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의 '위기돌파형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다.

메이 총리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유연하고 실용적인 지도자로 분류된다. 그는 취임 직후 메르켈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EU 탈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따로 준비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이 43년 간 몸담았던 EU에서 항로를 이탈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겠다는 복안이다.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메이 총리가 이처럼 실용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브렉시트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줄어들 전망이다.

31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새 총리 취임을 맞아 상승세를 타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파운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은 메이 총리 취임일인 13일 오전 1시 15분(이하 현지시간)께 파운드당 1.3338달러를 기록했다. 메이 총리 취임 이후 영국의 EU 탈퇴가 무리 없는 수순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한국의 유럽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그간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논의돼 왔지만, 이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이롭지 않기 때문에 무난한 합의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더욱이 온건파인 메이 총리까지 취임해 브렉시트가 한국경제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외에도 수출 악화와 신보호무역주의 확산, 유럽 경제 위축 등 대외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만큼, 작은 충격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갖추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진수 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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