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6월 말에 발표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공기업의 '부실 제거와 역량강화'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목표로 추진됐던 무리한 투자로 인한 손실로 자원공기업은 현재 400%~7000% 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확률이 무척 높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이었더라면 벌써 부도가 났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사업을 버릴 수도 계속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며 더욱 답답한 것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자원공기업의 부실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공기업의 대형화전략이 자원가격이 높은 시기에 단기간에 걸쳐 추진됐다는 점이다. 즉, 고유가시기에 지나친 차입에 의한 생산광구 매입이 저유가시기를 맞아 자산가치가 반토막 났으며 이것이 부실로 이어졌다. 여기에 공기업의 급격한 외형적 성장에 비해 공기업의 사업 추진 및 운영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니 몸에 비해 큰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간 꼴이 되어 효율적인 사업 운영이 될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자원개발 추진체계 방안인 '공기업의 부실을 제거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무엇이 빠져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공기업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이것에 대한 제대로 된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고유가시 사업참여 저유가시 사업철수'의 엇박자 자원개발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은 정부를 대신해 공공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게 될 것이다. 자원개발공기업의 존재이유는 국가차원의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에 있으며 이는 수익성만 우선시하는 민간기업을 통해서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기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이 전혀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특히, 에너지 자원분야에서는 공공성이 우선돼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의 수익성이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에너지자원확보, 장기적인 사업추진과 장기적인 수익성확보가 목표인 자원개발 공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매년 실시되고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나 감사원 감사 등이 오히려 자원개발 공기업으로 하여금 장기적인 사업추진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기업은 국가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 확보를 추진하고 민간 부분의 활성화를 통한 추가적인 자원 확보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오너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력산업 및 제철산업 등 원료구매에 매년 수 십 조원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도 기업의 원료 도입의 안정성 확보와 국가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자원의 안보측면과 수익성 및 전문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독립적 체계 구축 없이는 공기업을 통한 제대로 된 자원개발 추진은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정부와 공기업 모두 내 임기에만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NIMT, Not In My Term)을 버리고 문제의 본질인 자원개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안 공기업 역량강화 방안은 한국의 자원개발 체질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그 바탕은 인력양성이 있으며 인력양성도 자원개발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보기위해 시간이 걸리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역량강화는 정부-공기업-학계-연구소 등 관련 당사자들의 체계적인 협업이 있어야 성공 가능하다. 공동책임은 모두의 책임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번 체계개편 방안이 갑과 을사이의 책임 회피와 책임 전가를 위한 또 하나의 제도와 절차가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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