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능력 과시… 미국과 협상 카드로 인식
'북미협상 → 대북제재 중단' 공식에 집착
핵능력 평가절하 미국 인식 바꾸려 강행
'대포동 2호'와 더불어 또 다른 안보 위협

지난 2013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중 모습을 드러낸 무수단 미사일.  연합뉴스
지난 2013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중 모습을 드러낸 무수단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23일 "중거리전략탄도 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 기관 8곳을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이 인권유린 혐의만으로 특정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이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 등 추가적인 도발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강력한 제재를 예상했음에도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은 북한이 자신들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인정받고자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정은은 시험 발사 직후 "태평양작전지역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 목표가 미국의 태평양 전략 거점인 괌 기지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운반수단인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발표한 '북한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의 의미와 대응방안'에서 "북한 무수단 미사일이 최대정점 1413km까지 상승해 400km를 비행했다는 것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와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열을 견디는 탄두 내열시험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갖게 됐다"고 표현한 것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 전력의 핵심인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는 대포동 2호(은하·광명성) 미사일과는 또 다른 차원의 안보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입법조사관의 지적입니다.

미군의 괌 기지는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B-2 스텔스 폭격기, B-52 폭격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등이 출격하는 전략 거점입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4∼6월 두 단 동안 무수단 미사일을 6 차례나 시험 발사하면서 탄도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시도한 것은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강화된 핵 고도화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네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획득한 핵능력의 고도화는 이번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획득한 탄도 미사일 기술의 세 가지 요소인 사거리 확장, 대기권 재진입 기술, 실천배치능력과 연계될 때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북한의 핵능력을 평가절하 하는 미국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탄두 운반능력을 갖춘 미사일을 미군의 전략자산을 타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북미협상이 시작돼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또한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간 사드 도입을 위한 실무협력의 수준을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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