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 간 경화와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비알코올성 간질환'을 혈액으로 진단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차봉수·이용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내분비내과)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보유한 환자의 경우 혈액 속에 들어있는 'ANGPTL8' 단백질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방간이란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정상보다 많아진 상태를 말한다. 주로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간 경화, 간세포암종 등 각종 간 질환을 일으키며,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신장 질환과 같은 성인병 발생률을 높인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 96명과 지방간이 아닌 환자군 38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ANGPTL8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비만 또는 당뇨 질환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간을 보유한 환자군에서 높은 농도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와 쥐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ANGPTL8 단백질의 발현이 늘어나게 된 기전을 밝혀냈다. '지방독성'과 '소포체 스트레스'는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요 병인 기전으로 알려져 있는 데, 간 세포를 이런 환경에 노출해 본 결과, ANGPTL8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호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조기 진단을 위해선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CT) 같은 고가의 영상검사를 시행하거나 간 조직 일부를 직접 떼어 살펴봐야 하는데 환자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 연구로 ANGPTL8을 통해 지방간 질환 예측과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