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어VR 어드벤처'에서 방문자들이 기어VR과 4차원(D) 시뮬레이터로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구글이 영화 '분노의 질주'의 저스틴 린 감독과 함께 제작한 단편 VR 영화 '헬프'유튜브 영상 캡처
삼성, 소니,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외 공룡 기업들의 진출로 세계 VR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 시장 선점을 위한 VR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VR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 접속해 실제 세계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지원하는 기기를 사용하면 실제 세계에서처럼 가상 세계에서도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규모 있는 주요 콘텐츠 기업들은 수요가 불확실하다며 VR 시장을 관망 중이며,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은 개발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독자개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국내 VR 콘텐츠 산업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작년 말 삼성이 출시한 12만원대 보급형 VR기기 '기어VR', 지난 2월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대만 HTC의 '바이브', 3월 페이스북이 선보인 오큘러스 리프트, 올 10월 출시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PC와 스마트폰 연동형 VR기기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6'에서 직접 설계한 VR기기 '넥서스 헤드셋'(가칭) 디자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 기업들은 하드웨어 기기뿐 아니라 VR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 영화 '분노의 질주'로 유명한 저스틴 린 감독과 함께 단편 VR 영화 '헬프'를 제작해 공개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해당 영화를 '360도 뷰'로 감상할 수 있다. 소니는 230여개 이상의 게임 콘텐츠 개발사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월드 와이드 스튜디오(SCE WWS)를 통해 160개 이상의 VR 게임 타이틀을 개발 중이다. 또 페이스북이 2014년 20억 달러(2조3000억원)에 인수한 VR기기 업체 오큘러스는 픽사 제작진을 영입해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를 설립, 작년 VR 애니메이션 '헨리', '로스트' 등을 선보였다.
세계 VR 시장은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게임 등 콘텐츠)가 성장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모바일 혁명 이후 최대 유망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케이제로월드와이드에 따르면 VR 소비자 시장 규모는 2015년 23억 달러(약 2조5200억원)에서 2030년 1조4367억 달러(약 1530조원)로 폭증할 전망이다. 또 2018년 VR 하드웨어 시장,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를 각각 23억 달러, 28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처럼 VR 시장이 용솟음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VR 단말기, 통신서비스 분야에 비해 콘텐츠 부문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초기 VR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게임 업계 역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대표 기업들이 손익계산을 따지며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핸드메이드게임 등 인디 게임사가 독자 개발하거나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등 중소 게임사가 정부사업 수주로 개발비 일부를 지원받아 VR 게임을 만드는 수준이다.
한국VR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VR 시장은 작년 약 1조원에서 2018년 2조8000억원으로 연 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프트웨어·콘텐츠의 성장률은 하드웨어 성장률에 현격히 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협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국내 VR 시장 평균 성장률은 하드웨어가 40.6%, 소프트웨어가 27.3%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VR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VR 시장 창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으로, 특히 아이디어는 훌륭하나 이를 사업화할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VR콘텐츠 강소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