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기술의 탄생지'로 손꼽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자체 연구 기반시설과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이 탄탄해 외부기관과 협약을 맺지 않고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스탠퍼드대학이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과 최첨단 암치료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협약(MOU)을 체결한 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약은 지난 2009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있는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 사업(GRDC·Global Research and Development Center)의 대표적인 성과물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GRDC 측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 구글, 야후와 같은 '공룡 IT 기업'이 대표적이 예다.

이와 더불어 스탠퍼드대학이 보유한 분자 영상연구소(MIPS·Molecular Imaging Program at Stanford)의 경우 전 세계 최첨단 의학 관련 연구소 중 단연 최고의 시설과 연구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GRDC 측의 설명이다.

한전건 GRDC 협의회장(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은 "이번 양 기관의 MOU 체결은 현재 미래부에서 지원해 온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창조경제를 위한 글로벌 협력 모델의 모범사례를 제시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기관에서 지난 6년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다양한 암 치료 관련 핵심기술이 글로벌 규모의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스탠퍼드대학과 같은 세계적인 기관과 연구협력 체결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침체된 국가 경제 극복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직 한국이 기초의학 분야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 이번 연구협약이 이뤄짐으로써 한국 의료계가 미래 의학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지지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기배 서울성모병원 원장은 "한국은 임상의학 분야만큼은 전 세계 의료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기초의학 분야는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구자금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스탠퍼드대학은 ▲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방사선 암 치료계획장치 ▲ 난소암, 림프종암 등 악성 암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 ▲ 광학기술과 분자 영상을 이용한 영상진단장비 등 3가지 연구의 상용화를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먼저 '인공지능을 이용한 방사선 암 치료계획장치'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와 비슷한 원리의 인공지능 장비 개발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서태석 가톨릭대학교 생체의공학연구소 소장은 "환자를 위한 최적의 암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인공지능 장비가 머지않아 상용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며 "조만간 구글 측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협의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또 암 관련 세포치료제 개발은 악성 암이 발생하는 주요 신체 부위를 구분해 서울성모병원과 스탠퍼드대학이 각각 림프종암, 난소암을 맡기로 했다.

세포치료제에 암 종양을 분해하는 바이러스를 넣어 궁극적으로 암을 없애는 이 치료법이 상용화된다면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제한된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양측 연구팀의 설명이다.

광학기술과 분자 영상을 이용한 영상진단장비의 경우 우리 몸속 세포 변화를 예측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서울성모병원 측은 기대했다.

악성 암 관련 세포치료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조석구 서울성모병원 세포치료 센터장은 "동물실험까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2017년이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치료가 까다로운 악성 암에 대한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미래 의료산업 분야와 전 세계 인류의 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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