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에 국제학회에 참석차 베이징에 다녀왔다. 푸른 창공의 아름다운 색깔에 취해 있다가 베이징 상공에 이르니 시커먼 먼지 구덩이로 비행기가 하강하는게 아닌가. 베이징의 하늘은 회색이었고, 수 백 미터 앞의 건물은 희뿌연 안개에 희미하게 서 있었다.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역시 최근에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서울의 하늘이 청명하지는 않았다.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서울의 하늘에 광화학스모그가 심했고 이후에도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하늘은 항상 검붉은 대기층이 뒤덮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나면 하늘은 파랗고 청명했는데 최근에는 서울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국이 미세먼지의 영향권에 들어있다. 전국 어디에 가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안개도 황사도 아닌 것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도 미세먼지로 인하여 혹시 건강이 나빠질까 우려가 많고, 정부 각 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는 나름대로의 우려와 고려로 인해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환경부가 언급한 미세먼지 유발 원인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면서 고등어 굽는 연기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이야기에 "고등어가 기가 막혀" 이야기도 인구에 회자하게 됐다. 현재 파악하기로는 미세먼지의 약 반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약 15% 정도는 자동차와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포함하는 매연이고, 나머지 35% 정도는 대기 중에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유기물질들이 반응하며 생성되는 2차 물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먼지 원인파악과 대책에서 보았듯이 환경정책은 가장 먼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밝혀내야하고, 이를 근거로 중국과 협상에 나서야 하고, 각 부처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원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이 순순히 그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책을 강구할 것인가. 물론 베이징 하늘이 미세 오염물질 구름에 덮혀 있으니 베이징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고 자연히 우리나라에 오는 미세물질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중국의 노력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을 정하고 환경·외교 협상을 통해 추구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우리나라 단독 연구보다는 공동연구를 통해서 중국의 영향을 명확하게 밝혀야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과학적 근거가 명확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수립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 부처로부터 효과적인 대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협의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조사에 많은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당해 사안에 대해 마지못해 혹은 급히 예산을 배정하면서 당장 결과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과히 과학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몇 개의 질문만 던지면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료의 다양성과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초자료의 조사에 배정되는 예산은 일자리도 효율적으로 창출한다. 환경정책은 과학적으로 튼튼한 기초 위에서 수립되도록 해야 한다.
환경정책은 과학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 환경오염은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오히려 드물다. 오랜 세월 동안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원인행위들이 쌓이고 쌓여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회복은 커녕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는 데도 엄청난 노력과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혹자는 그렇게 예산을 투자하는데 왜 좋아지지 않느냐고 한다. 혹은 왜 계속 악화되느냐고 한다. 그게 바로 환경오염의 본 모양이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다. 일단 오염물질들의 축적 추세를 둔화시키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투입이 필요하다. 하물며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오염물질들을 감소시키기에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대자연은 광대하다. 광대한 자연이 오염되면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회복하기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오염된 만큼 치유하는데도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옛 말이 꼭 환경정책에 해당되는 말이다. 장관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과학적, 공학적 사실에 근거한 환경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환경정책은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환경정책은 규제와 비용과 불편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나온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쇄와 LNG 발전소의 증설 등은 필연적으로 전력요금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절전과 에너지 효율을 더 높여도 비용의 증가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대기는 언젠가는 베이징의 하늘과 같아질 수 있다. 불편과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이 지속적이려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들이 내 아이들의 세대 혹은 심하면 내 새대에서 마주칠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불편과 인내를 감수하도록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고 나아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환경정책을 수행할 힘과 바탕이 된다. 환경정책은 대국민 홍보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근거로는 이해를 구하고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환경정책은 과학적·공학적 근거가 명확해야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