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발권력 동원' 지적 유승민 의원 '추경 대안' 질의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 반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동일기자 eddieyou@
◇ 한은,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
한국은행(이하 한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10조원 대출 의결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국회로부터 이에 대한 위법·부적절성 질타가 이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자본확충펀드 대출 한도를 10조원으로 정해 금융 불안정성에 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위법성·적절성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우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자본확충펀드를 대출키로 한 데 대해 '한은법 25조(손해배상책임)'를 근거로 "한은이 자본확충펀드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총재가 "'한은법 1조(설립 목적)'가 금융안정에 유의하도록 돼있어 이를 도모하기 위해 자본확충 펀드에 참여했다"고 발언한 데에 대해 박 의원은 "금융안정이란 은행에 대한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지 부실기업 대출을 한은에서 직접 관장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금융안정법을 그런 식으로 확대적용하면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반복적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어 "국책은행에 구제금융을 하면서 모든 국민에 보편적 부담을 안겨줄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나쁜 선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한은 금통위원들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자본확충펀드 조성 결정을 발표한 데에 대해 '위법성', '부적절성' 등을 지적한 다수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이 결정 내리기 전까지 금통위원들과 모두 협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일 열린 금통위에서 이에 대한 뚜렷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한은 금통위원들이 사전에 협의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9일 금통위에서 이에 대한 반대 발언이 많이 나왔다는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이 총재는 수첩에 필기를 하며 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만약 기재위가 정부를 상대로 차라리 추경편성 등의 대안을 내면 한은이 자본확충펀드를 없던 일로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이 총재는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되면 중앙은행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과도한 발권력 동원과 한은의 독립성 훼손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한은으로서는 반색할 수 있는 대안일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된다면 부실기업 청소를 위해 만들어진 산은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권위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10조원이든 1조원이든 이 자본확충펀드가 그대로 가게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아마 한은이 기재부나 금융위의 압력을 못 막아서 이렇게 결론난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날 기재위가 기재부를 상대로 질의했을 때 기재부는 추경 용도에 대한 구체적 안도 없더라. 지금이라도 여야의 큰 반대가 없으면 국회가 뒤늦게 재정으로 해결해주겠다, 바로잡아주겠다고 나서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총재는 "이는 여야 의원들이 결정할 상황이지만, 만약 재정에서 충분히 커버해준다면 중앙은행이 들어갈 필요 없다"며 유 의원의 지적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