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분석으로 '독자기술' 성과 'U자형' 화분이송시스템 개발 생육정보 시스템 국산화 탄력
특허청 IP-R&D전략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농작물 생육 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KIST 강릉분원의 '스마트 U-팜' 시설에서 연구자가 농작물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KIST 제공
■ 창조R&D, 'IP'서 길을 찾다 (4·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농업은 13억명의 인구가 종사하는 거대 산업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농경지 감소, 농업 생산인구 감소,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돌파구를 찾을 수 없고, 미래 농업 구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농업에 혁신의 온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주요 농업 선진국들은 농업의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스마트 농업'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으고 있다. 특히 농작물의 각종 생육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농작물 생육 시스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환경에 적합한 특허전략을 세워라"=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은 ICT를 이용해 작물의 생육 관련 빅데이터 정보를 획득·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이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비타민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한국 농업에 적합한 농작물 생육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농작물 생육 시스템 관련 기술은 이미 글로벌 종자기업들과 제휴한 렘나텍, 크롭디자인, PSI 등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십여년 전부터 미국, 유럽 등에 수십 건의 강력한 특허장벽을 구축,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김 박사팀은 경쟁사의 핵심특허를 피하면서 독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의 'IP-R&D 전략지원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연구팀과 특허분석 전문가, 변리사 등으로 꾸려진 전담팀은 우선 농작물 생육 시스템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10여 개로 세분화하고, 513건의 유효특허를 선정했다. 이어 이들 특허를 심층 분석해 침해 우려가 있는 핵심특허 13건을 도출하는 한편, 특허장벽은 회피하면서 국내 환경에 적합한 특허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경쟁사 특허 피한 독창적 아이디어 도출=전담팀은 먼저 화분 자동 이동기술에 주목했다. 경쟁사들은 횡단형(T형) 이송시스템을 공통적으로 적용했고, 작물의 영상정보도 화분을 고정된 분석장비에 옮긴 후 화분을 직접 회전시켜 얻는 방식이었다. 이는 빠른 속도로 대량의 작물을 분석하기 쉬워 미국 등에 적합한 구조라고 판단하고 우리 환경에 맞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주로 꽃과 열매를 맺는 다양한 품종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특성을 감안해 자연상태와 가장 유사한 속도를 구현하는 'U자형' 이송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작물의 생육 상태를 촬영하는 카메라도 꽃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면서 식물과 카메라 사이의 거리 조절이 가능하도록 360도 회전 방식으로 설계했다.
식물 뿌리의 생육상태를 촬영하기 위해 화분은 경사각을 갖는 개폐식 화분으로 만들었다. 경쟁사의 투명·반투명 이중구조 화분에 비해 햇빛 노출시간은 줄이면서 촬영 효율은 높이도록 한 것. 이와 함께 식물 개체 정보를 얻기 위해 RFID 기술 등을 적용, 식물 품질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보다 체계적인 특허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경쟁사가 모방하기 쉬운 이송시스템, 화분구조 등 핵심기술에 대해 국내외 특허 5건을 새로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외부 유출 우려가 있는 품종개발 관련 생육정보 데이터와 분석기술은 철저히 관리키로 했다.
◇농작물 생육정보 시스템 국산화 추진=이런 특허전략에 힘입어 KIST는 기술 개발 1년 만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고유기술과 독자 특허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기술을 실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는 KIST 강릉분원에 '스마트 U-팜'을 구축, 상용화를 위한 실증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 시설을 통해 식·의약 소재 식물의 종자와 유전형질 분석 연구를 할 뿐 아니라, 국내 종자 기업과 협력해 석회 결핍에 잘 견디는 고추품종 선별 연구도 하고 있다. 식물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전자원 선별과 최적의 재배환경 조건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탄탄한 특허 덕분에 기술이전을 통한 사업화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KIST가 확보한 특허 포트폴리오와 생육정보 DB 등 플랫폼 기술을 국내 ICT 기업에 이전, 해외에 100% 의존하던 농작물 생육 시스템 기술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김형석 박사는 "IP-R&D전략 지원사업이 없었다면 이 기술은 연구실 수준에 그쳐 사업화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허전략 지원을 통해 해외 선도기업의 특허와 차별화된 연구개발을 함으로써 독창적인 기술과 새로운 특허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