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체들이 병원을 무대로 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메디컬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로 일반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29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소재의 특성 상 병원 공간이 자주 등장하는 메디컬 드라마가 계속해서 인기를 끌면서 최근 의료기기 업체들의 제작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닥터스'에 자사가 개발한 수술실에서 쓰이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조명(무영등)인 '허니룩스 LED'를 협찬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특성 상 수술장면이 많아 꾸준한 제품 노출이 예상된다"며 "전문 의료기기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어 드라마 협찬을 통해 시청자와의 접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메디컬 드라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경우 당시 15억 원을 들여 드라마의 주 무대인 '명인대학병원'의 첨단 수술실을 재현한 의학전문 세트장 설치한 바 있다. 당시 의료장비업체 한국드레가는 중환자실에 설치되는 마취기와 환자 모니터링 장비 등 2억원 가량의 의료기기 지원했다. 지난해 방영된 KBS 드라마 '블러드'에는 한국로슈진단이 생화학·면역 통합분석기와 소변통합분석기 등을 협찬했고, SBS 드라마 '용팔이'에는 필립스, JW메디칼, 한림의료기, 씨유메디칼시스템, 한독메디칼 등 10여개 업체가 의료기기와 소모품 등 각종 의료장비들을 지원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드라마 PPL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제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제품을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하기 위해선 사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의료기기법 상 거짓·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까다로운 허용 기준을 두고 있어 제품의 성능이나 효과 등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드라마 PPL은 일반 광고보다 노출이 쉬울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최근 국내 드라마가 한류 콘텐츠로 중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 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PPL은 일반 광고와 비교해 확실히 신뢰도를 높이고 거부감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며 "의료업계 종사자들도 드라마를 보면 의료기기가 어느 업체 제품인지 알 수 있어 홍보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메디컬 드라마 '닥터스'의 수술 장면에 등장한 JW메디칼의 수술실용 무영등 '허니룩스 LED'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