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암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슈퍼 고속도로'(super highway)를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쉬 약리학연구소(Monash Institute of Pharmaceutical Sciences)의 에리카 슬론 박사는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 림프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세포가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슈퍼 고속도로'를 만들어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의 ABC뉴스 인터넷판과 뉴스 전문 포털 뉴스맥스(Newsmax)가 28일 보도했다.

유방암에 걸린 쥐를 제한된 공간에 가두어 스트레스를 유발시킨 다음 림프절까지 번진 암세포에 형광표지를 달아 림프관을 통한 암세포의 이동을 추적 관찰한 결과 암세포가 다른 유방암 쥐들에 비해 6배나 빠르게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슬론 박사는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종양 속과 주변을 지나는 림프관의 수가 늘어나고 림프관의 사이즈도 커지면서 림프액이 림프관 속을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림프관을 통해 암세포가 전신으로 운반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슬론 박사는 설명했다.

림프계는 말초 조직의 조직액을 운반하는 동시에 체내 수분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면역반응에 참여하여 우리 몸의 방어기능을 돕는다.

한편 혈압강하제로 쓰이는 베타 차단제가 스트레스의 이러한 메커니즘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에 베타 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투여한 결과 암 확산의 가속화가 차단됐다.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은 심장박동을 조절, 고혈압과 부정맥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호주 멜버른 피터 매컬럼 암센터의 조너선 힐러 박사는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수술을 받기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라고 매컬럼 박사는 설명했다.

유방암 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프로프라놀롤과 위약이 투여됐다.

수술 전후에는 혈액샘플을 채취해 백혈구 속에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표지들을 분석, 프로프라놀롤이 스트레스 표지들에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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