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해 20조원 넘는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기금변경 등 재정수단으로 10조원 이상을 마련해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올 초만 해도 추경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던 정부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암운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 속에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고용 한파 조짐이 일부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택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결국 '2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정부는 28일 추경을 포함한 하반기 경제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춰 잡았다. 심지어 이번 전망치에는 20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이 경제성장률을 0.25~0.3%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포함됐다.

추경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6년부터 10년간을 따져보면 올해가 6번째다. 2년에 한 번꼴로 본예산이 부족해 정부가 추경에 손을 벌렸다는 의미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추경 규모까지 더하면 10년간 추경에만 무려 74조1000억원이 쓰이는 셈이다. 추경 규모로 따지면 올해는 역대 4번째로 크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8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17조3000억원, 지난해 11조6000억원, 올해 10조원 순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추경에도 우리 경제는 부양은커녕 더욱 둔화됐다. 최근 5년간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4년만 빼고 잠재성장률 수준인 3%대를 줄곧 밑돌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이번 추경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추경은 미봉책에 불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는 것이다. 결국 재정 악화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추경 규모만 먼저 정하는 악습을 되풀이한 것도 이런 의문을 키운다. 실제 국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추경을 자신들의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선심성 복지를 위해 쓰려는 한심한 작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추경이 과거 추경과 달리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정부는 이번 추경을 철저히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에 맞춰 편성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더 이상 추경에 숟가락을 걸치려는 작태에서 벗어나 추경 예산안부터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추경에 기대어 내놓은 이번 하반기 경제대책은 현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정부는 한층 긴박감을 갖고 더 과감한 정책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미진한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개혁부터 진전시켜라. 현재 공공·금융개혁은 미흡하고 노동개혁은 여야, 노동계, 재계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데도 대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 원칙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을 중단없이 진행하고, 수출 증대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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