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의 세계금융위기와 최근 브렉시트 사태를 포함한 인류역사는 늘 예상을 뒤집는 충격의 역사였다. 명백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브렉시트를 영국민들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영국민들은 '묻지 마'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 및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전략을 찾는 것이지만, 앞으로 또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은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브렉시트 사태의 일차적 원인은 이민노동자들에 의해 자신들의 임금도 하락하고, 각종 사회복지혜택도 줄었다고 느끼고 있는 영국의 블루컬러 노동자와 서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위험수위에 가깝게 높아져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대처리즘 이후 30년을 넘게 꾸준히 감소해온 소득수준을 참고 견딘 영국의 블루컬러 노동자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향후 영국의 국가적 손실이 오더라도, 지금까지의 경제적 불평등과 서민들의 삶의 수준의 하락을 방치해온 기득권 정치체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인내력의 한계와 또 이를 교묘히 활용한 극우정치세력의 포퓰리즘 전략이 이번 브렉시트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번 브렉시트 사태의 두 번째 원인은, 위와 같이 영국서민계층의 사회적 불만이 브렉시트의 원인이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서, 정작 케머런 총리를 위시한 집권정치인들은 이러한 근본문제인 빈부격차와 서민들의 사회복지혜택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노력은 없이, 단지 직업정치인들이 익숙한 정치적 도박으로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도박판을 벌인 후, 정치적 수사만을 반복하여, 결과적으로 이번 브렉시트 사태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영국 집권층의 명백한 정책실패로 자초된 브렉시트 사태이지만, 그 대가는 이미 전 세계 경제가 같이 치르고 있다. 이미 외환시장과 각국의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듯이,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국가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지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가 재연될 것을 우려한 과민반응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필요한 전략은 과거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작금이 브렉시트 위기와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근거해서 올바른 정책대응을 찾는 것이다. 먼저 지난 2008년의 리먼브라더사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 금융시장과 세계금융시장이 동시에 위기에 빠졌을 때와 지금의 브렉시트 위기와의 구조적 차이를 정확히 인식해야한다. 지난 2008년도의 세계금융위기의 경우, 미국의 부동산거품에 기반한 주택저당증권(MBS) 및 각종 초위험 파생금융상품에 미국 및 세계의 주요금융기관들이 노출된 상황에서 발생한 전세계 금융시장의 동시붕괴위기였다. 반면 브렉시트는 금융산업과 일부 제조업에서만 시장지배력을 가진 영국이 유럽공동시장에서 탈퇴함에 따른 시장 불안정요인이다. 따라서 위기확산방지를 위한 EU집행위원회와 각국 중앙은행 및 당국의 정책대응이 이루어질 경우, 2009년의 세계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현재 우려되는 것처럼, 브렉시트 이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요구 가능성과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의 추가적인 EU탈퇴요구 등의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경우, 그 파급효과는 EU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영국 내에서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켜온 주범인 투기적 금융산업이, 이번 브렉시트 위기조차도 최대한 투기판으로 전환하여, 막대한 투기차액을 챙기는 최대수혜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켜서 다양한 투기적 자산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이후의 불안정성을 활용한 투기자금들이 국내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투기자본들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주요국들의 보호주의적 정책회귀에 대응해, 자유무역체제의 유지를 위한 다양한 통상정책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브렉시트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예방하는 길은, 빈부격차해소와 서민층을 아우르는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정책노력임이 분명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