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통신, 이메일과 메신저, 금융거래, 업무보고, 화상회의 등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0과 1의 디지털 형태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의 증거들도 대부분 디지털 증거 또는 디지털화 된 증거(예 : PDF 파일)를 문서로 출력한 형태로 법정에 제출되고 있다. 디지털 증거의 일상화, 대량화 현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디지털 증거의 일상화와 대량화로 말미암아 수사기관의 관심도 전통적인 증거들(지문, 혈흔, DNA, 미세증거, 부검, 문서감정, 발화점 분석, 교통사고 분석 등등)에서 디지털 증거로 자연스레 이관해 왔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법률은 형사법상 증거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속도를 못 맞추기 일쑤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2011년도에 법률을 개정해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관한 규정들을 일부 도입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새로운 사건과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위 규정만으로는 디지털 증거의 여러 특성들을 반영하기에 역부족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크게 제기되던 실무상 문제 중 하나는, 문서의 작성자나 진술자가 법정에서 "내가 작성한 대로 안 되어 있소"라고 증언하거나 "내가 작성한 게 아니오"라고 잡아떼고 나면, 구법 상으로는 그 사람이 작성한 게 맞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해봤자 아무 소용도, 쓸모도 없었던 점에 있다. 소송법적인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런 실무상의 문제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 형사소송법도 환경 변화-디지털 증거의 일상화, 대량화-에 발맞추어 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임계점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최근 5월 29일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은 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의 '진술서'에 전통적인 '서류' 뿐 아니라 문자·사진·영상 등 정보로서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 즉 '정보'를 추가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진술서가 작성자가 작성한 대로 되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무의 적용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컴퓨터 등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정보를 압수하기 전까지 작성자나 진술자가 해당 정보의 입력에 최종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고, 그가 최종 입력한 후 수사기관이 압수할 때까지 다른 자에 의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는 점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당해 정보의 입·출력 등 처리, 저장, 전송 등 일련의 과정의 정확성을 현출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해 증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이 증명하려면 그 전제로 컴퓨터 파일 시스템의 타임스탬프 등 컴퓨터 시간 흔적을 정확하게 측정하여야만 할 것이다. 시간 흔적이란 수정(Modified) 시간, 접근(Accessed) 시간, 생성(Created) 시간을 의미하며 이를 줄여 MAC Times라고 부른다. 컴퓨터 시간 흔적은 특정 컴퓨터 사용자의 관련성을 입증하거나 부정하는 경우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이버포렌식 전문가의 역할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렌식이라는 용어를 우리 말로 하면 '법과학'이다. CSI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 과학수사관들이 하는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 (증거 수집 → 분석기관에 이송 → 과학적 분석 → 분석서 작성 → 필요 시 법정 증언) 그 자체가 법과학이요, 포렌식이다. 앞으로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과 무결성이 점점 더 치열하게 다투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이유는 피고인과 변호인 측이 디지털 증거의 취약성에 대하여 인식하는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포렌식 전문가가 수사기관 측에서 일하든, 변호인과 피의자·피고인 측에서 일하든 간에 그의 역할이 강화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