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지는 산업의 변화는 직업과 일자리의 변화를 수반한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확산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도 나왔다.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가 나온 것이 1951년이고, 개인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이니 SW개발자라는 직업은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지 않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SW개발자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SW개발자의 임금이 다른 직업에 비해 높다는 것은 사회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일간지 US NEWS가 2015년 선정한 '최고의 10대 직업' 가운데 SW 개발자는 3위를 차지했으며 평균 연봉은 9만2660달러로 조사되었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0만명의 개발자, 엔지니어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일치가 지속되자 2012년부터 민간에서 SW개발자 양성 비즈니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코딩 부트캠프(coding bootcamp)가 그것이다. 코딩 부트캠프는 일종의 SW분야의 직업훈련 학원이라고 할 수 있다. General Assembly, Hack Reactor, Dev Bootcamp 등이 대표적인 부트캠프다. 코딩 부트캠프는 3개월 정도 집중적인 SW실무교육 강좌를 운영한다. 코딩 부트캠프에서는 교육받은 내용을 곧바로 적용하도록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생들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70~80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수강료는 1만 달러 내외에서 많게는 3만 6천 달러에 달하는 캠프도 있다. 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코딩 부트캠프의 평균 수강료는 1만1000달러로 조사됐다. 주립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셈이다.
수강료가 전혀 없는 캠프들도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를 양성하는 부트캠프인 Data Incubator는 수강생으로부터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주로 수학, 통계학 박사학위를 가진 지원자들 중 교육대상자를 선발하여 실전 프로그래밍을 교육 시킨다. 교육과정 이수자를 기업에 소개하고 이들이 취직하게 되면 기업으로부터 우수인재 소개비 형태로 수강료를 회수하는 구조다. 무료의 고품질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니 인재들이 앞다퉈 지원한다고 한다. 다소간의 과장도 있겠지만 하버드 대학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3개월 내외의 교육훈련이 4년간의 대학 교육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코딩 부트캠프의 인기와 열기의 확산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SW인력에 대한 수요다. 2015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0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이제 모든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이다"를 선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소 지나친 주장이 아닌가했지만, 이제 SW역량은 제조, 서비스, 의료, 언론, 법조계, 국방 등 모든 부문에서 핵심역량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코딩 부트캠프의 열기는 기업의 SW인재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미국과 시차를 두고 이러한 추세가 분명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기존 대학중심의 교육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교육의 커리큘럼과 수업내용이 현장에서 원하는 것과 어긋나 있는 지점이 코딩 부트캠프의 생존기반이기도 하다. 사실, 하버드 대학의 전산학 개론 과목인 CS50의 폭발적인 인기도 현업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춰주는 강좌가 그만큼 드물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의욕과 열의를 가진' SW 비전공 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깊이 있고 실용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