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여름 성수기에 파나마 새 운하 확장 개통 해운사 대형선박 배치 경쟁 한진·현대 웃돈요구 '난관'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오는 7월 컨테이너선에 대한 성수기 할증 운임 적용을 앞두고 국내 해운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파나마 새 운하가 확장 개통하면서 각 해운사들이 미주 노선에 대형 선박을 집중 배치해 운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내달 아시아-미주 노선의 컨테이너선에 FEU(12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400달러의 성수기 할증 운임을 부과한다.
미주-아시아 노선은 7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다. 미국 최대 쇼핑 기간인 11월 플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 4분기를 앞두고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가 많아 각 해운사들은 운임에 추가 요금을 받는다. 해운사가 전월에 미리 인상분을 고지한 뒤 각 화주들과 개별 협상을 벌여 최종 금액을 확정한다.
문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개통한 파나마 새 운하가 할증 운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파나마 새 운하는 4000~5000TEU급 뱃길이 1만4000~1만8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으로 넓어져 통항하는 선박의 크기가 커진다. 또 통과 선박량은 2배 정도 늘어나는 등 선복량(화물 적재능력)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해운사들은 성수기를 맞아도 웃돈을 요구하기 힘들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가 확장 개통해 대형 선박들이 투입되지만 물동량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각 사마다 성수기 할증 운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선박들이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케스케이딩 효과'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투입되면서 기존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3000~4000TEU 선박들은 지역 항로로 전배된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각 선사는 3000~4000TEU급 선박을 폐선하기보다 지역 항로에서 운영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미주 노선에 투입하던 배들이 아시아로 넘어오게 되면 기존 1000~2000TEU급 선박과 치열한 운임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해운은 4000TEU 미만 컨테이너선이 51척, 현대상선은 2200~4700TEU급 17척을 보유 중이다.
이밖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장기적 관점에서 운임 하락을 악화시킬 변수로 거론된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면 실적과 직결되는 운임료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