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불신 비난 의식한듯
산은, 외부전문가 확대
수은, 구조조정 전문위원
외부인사 참여 높이기로
작년 쇄신안 내용과 비슷
자구안서 지적된 사항
별도 개선책도 없어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등의 방만하고 부실한 구조조정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6대 혁신과제를 설정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한국수출입은행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조직 쇄신안을 내놨다. 하지만 두 은행 모두 혁신안 대부분이 지난해 10월 및 이달 초(8일) 발표한 내용과 대동소이해 '재탕 혁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62년 산은 역사에 큰 누를 끼쳤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회장은 "산은이 경기 사이클이나 산업 전반을 보는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다"며 "현직인 제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이 아프고 저민다"고 말했다.

이날 산은은 6대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KDB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성과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대외소통·변화관리 강화 등 6개 과제를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구조조정 역량 제고 측면에선 외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신설해 구조조정 업무와 관련된 객관적·전문적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별 전문가, 학계 전문가, 구조조정 전문가, 회계·법률 전문가 등 광범위한 전문가 풀을 구성해 자문단에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산업재편 지원을 위한 산업분석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사부를 확대·개편해 정책금융의 씽크탱크의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은은 대우조선 사례에서 보듯 출자회사 관리에 방만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를 철저히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설치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통해 출자회사 관리체계에 대해 재점검하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132개 비금융출자회사에 대해 2018년말까지 집중매각을 추진함으로써 매각재원을 정책금융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낙하산' 논란을 촉발한 산은 임직원의 출자회사 재취업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제도를 도입해 원칙적으로 비금융출자회사 취업을 금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신심사 기능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특정 산업에 정책금융 지원이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정 기업과 계열대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집중을 완화해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은의 자산포트폴리오와 손익변동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고 오는 2020년까지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하며 조직을 슬림화 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산은은 이번 혁신방안에서 '외부 전문가 집단'을 대폭 확대하는데 중점을 뒀다. 산은의 구조조정 역량과 전문성, 내부 통제 등 업무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보니 나온 궁여지책이다. 혁신위원회는 '명망있는' 외부인사와 전문기관으로 구성할 예정이며 구조조정 역량 제고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 특별 자문단'도 산업별 전문가와 학계, 회계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구성키로 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출자회사관리에 대해서도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최익종 코리아신탁 사장을 위촉하는 등 외부인사 중심으로 꾸렸다.

수출입은행도 이날 혁신안을 발표했다. 산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이다. 수출산업 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등 본연의 업무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둔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 역시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인사 참여비율을 높인다.

수은이 이날 발표한 혁신방향은 크게 '필수적인 정책금융 지원강화'와 '엄정한 경영관리 체계 확립' 등 2대 부문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국내기업 해외진출 선도 ▲수출 전략산업 육성 ▲건전성 선제관리 ▲책임경영 강화 ▲조직운영 효율화 등 5개 추진과제를 실행할 방침이다.

우선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발굴 초기 단계부터 금융자문을 제공하고, 수출금융·대외경제협력기금(EDCF)·MDB 협조융자 등 수은의 다양한 금융지원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금융패키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각종 해외진출 지원조직들의 금융부문 총괄 간사 역할을 전담해 체계적 수주 지원체계를 만들고,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으로 정책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할 예정이다.

수출 전략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수은은 서비스·인프라 등 성장유망산업에 대한 맞춤형 평가모델, 금융지원상품 개발로 여신지원을 활성화하여 조선, 플랜트 분야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망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혁신방향에는 수은의 조직운영 쇄신방안도 포함됐다.

수은은 여신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구조조정 전문위원회', '외부자문단' 신설로 구조조정 역량을 한층 강화해 부실여신 비율을 오는 2020년까지 2%이하로 축소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은은 외부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진단하고 향후 여신정책 수립시 산업지형 변화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여신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에 의존한 심사방식에서 탈피, 금융지원 방식별로 맞춤화된 심사방식을 도입하여 부실재발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선 임직원의 구조조정 유관기업 재취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등 자정노력을 통해 대외 신뢰 회복에도 적극 나선다.

하지만 두 국책은행의 혁신안은 그간 불거진 부실, 방만 경영을 쇄신할 만큼의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 발표 시 공개된 '자구안'에 대부분 포함된 내용일 뿐더러, 당시 지적됐던 미흡한 점도 별도로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금융 개선방안'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혁신안은 '재탕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은성·임성엽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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