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받아 비자금 조성했나
중국기업 부풀려 매입 후 수천억대 횡령 정황 포착
일본계열사 '끼워넣기'로 '국부유출' 재점화 조짐도

■ 롯데 비자금 수사

롯데그룹이 '글로벌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해외 사업을 통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만들어 왔다는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계열사를 총동원해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없는 '깡통회사'를 사거나, 원료 구입을 명목으로 일본 계열사를 끼워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도 빼먹지 않았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중국 기업을 적정가 이상으로 부풀려 사들인 후 수조원대 투자 손실을 보면서도 수천억원대 횡령을 일삼은 정황을 포착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자금 조성은 물론 배임·횡령 혐의까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부터 홍콩과 싱가포르에 지주회사 '롯데쇼핑 홀딩스'를 설립하고 중국 투자에 나섰다. 중국에서 65개 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타임스'와, 홈쇼핑업체 '러키파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적정가격보다 고가의 돈을 주면서 회삿돈을 빼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문건뿐만 아니라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 전 부회장이 문제 삼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를 국세청으로부터 확보, 해외거래 과정에서 만들었을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 손실 규모는 애초 알려졌던 1조원대보다 많은 3조원대이며, 횡령 규모는 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거래를 통한 롯데그룹의 '수상한 거래'도 확인됐다. 이 거래에는 예상대로 해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가 통로 역할을 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주도한 이 거래에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 미도파, 롯데역사, 롯데정보통신 등이 대거 동원됐다. 통로 역할을 한 곳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로베스트다. 롯데쇼핑과 계열사들은 로베스트가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을 사들이면서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값을 치렀다. 차액 규모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차액이 오너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롯데는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올 때도 '딴 주머니'를 만들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 업체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 롯데상사와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 넣어 일명 '통행세'를 내게 한 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상사가 롯데케미칼에서 받아야 할 미수금이 2012년 말 8913억원에서 1년 만에 2399억원으로 갑자기 줄어든 정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측은 이 미수금 숫자 변화가 거래량 감소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재무처리 방식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롯데상사가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공업 원료 수입을 대행하면서 거래내역 확인이 어려운 일본 롯데물산 등 일본 계열사와 해외업체를 끼워 넣은 부분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롯데케미칼과 협력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이 과정에서 200억 가량의 해외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검찰은 롯데케미칼을 통한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자금이 국내가 아닌 일본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한일 사법공조를 통한 일본 롯데그룹 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부유출 조사와는 선을 그었던 당초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일본으로 자금이 유출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난해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 불거졌던 롯데그룹 국적논란이 다시 커질 조짐도 있어 주목된다.

박미영·박정일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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