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자동수거해 현금 보상
AI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 개발
미래과학기술지주 9번째 자회사9월 말 양산·10월 서비스 시작

김정빈 수퍼빈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 사무실에서 재활용 폐기물 자동화 처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수퍼빈은 재활용 폐기물을 자동으로 분류·수거하는 인공지능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과 사용자에게 모바일 인증을 통해 현금 등을 보상하는 핀테크 기술 등을 개발하는 공공기술 창업 기업이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김정빈 수퍼빈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 사무실에서 재활용 폐기물 자동화 처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수퍼빈은 재활용 폐기물을 자동으로 분류·수거하는 인공지능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과 사용자에게 모바일 인증을 통해 현금 등을 보상하는 핀테크 기술 등을 개발하는 공공기술 창업 기업이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 공공기술 사업화 현장을 가다
(중)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 개발기업 '수퍼빈'


1980~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빈 병을 동네 슈퍼에 가져가 받은 돈으로 간식을 사 먹은 기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사회는 더 풍족해졌지만, 20년 넘게 몇십원 수준인 보증금을 받기 위해 직접 슈퍼에 빈 병을 가져가는 건 드문 일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구매한 소주, 맥주, 청량음료 등의 가격에는 빈 병 보증금이 포함돼 있다. 한해 동안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빈 병 보증금만 570억원에 달한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소비자의 '권리'가 제자리를 찾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수퍼빈'은 이런 소비자 권리를 돌려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은 재활용 가능한 빈 병이나 페트병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품목별로 분류해 수거하고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장치다. 재활용 폐기물을 수집해 운반·저장·선별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이 비용을 사용자들에게 돌려줘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재활용을 통해 얻는 가치를 실제 재활용을 한 사용자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재활용 습관과 인프라를 물려주는 것이 회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미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 등 재활용이 활발한 나라에는 재활용 자판기가 수만 대씩 설치돼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보급 초기 단계다. 올해 환경부는 재활용 자판기를 10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해외에서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장비를 전부 수입해서 사용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수퍼빈을 창업한 김 대표는 재활용 자판기를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턱없이 비싼 부품 가격은 물론이고, 기술적 한계도 있었다. 기존 재활용 자판기는 폐기물을 인식하기 위해 용기에 붙은 바코드를 읽거나, 바코드가 훼손된 경우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판독하는데, 해외에서 유통되는 용기와 국내 용기가 달라 인식률이 낮았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를 공공기술을 통해 극복했다. KAIST, UNIST, GIST, DG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개발한 공공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공동 기술지주회사인 미래과학기술지주에 사업 구상을 설명하자 기술지주측은 KAIST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에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볼 것을 권유했다. 수퍼빈은 권인소 KAIST 교수로부터 휴보가 3D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이전받아 폐기물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듬 '뉴로지니'를 개발, 네프론에 적용했다. 네프론은 뉴로지니를 통해 폐기물 종류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별해 처리한다.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뉴로지니는 구겨지거나 파손된 폐기물도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더 잘 구별하게 된다. 수퍼빈은 여기에 핀테크 기술을 접목, 사용자들이 현금이나 각종 포인트를 모바일로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재활용 폐기물 자동화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업 구상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이 폐기물 인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미래과학기술지주의 아이디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서 사업 성격도 공공기술 사업화로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수퍼빈은 미래과학기술지주의 9번째 자회사로 뽑혀 인공지능 기술 이전과 함께 투자도 유치했다. 다음 달 네프론 시제품을 선보이고 9월 말부터 양산품 제작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과천시와 협약을 체결해 네프론을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 설치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활용 자판기는 병과 페트를 시작으로 캔, 비닐, 스티로폼, 생활플라스틱 등 더 다양한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김 대표는 수퍼빈 창업 전 매출 8000억원 규모의 철강그룹 코스틸의 대표이사로 활약했다. 2011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CEO를 맡아 회사 매출을 크게 늘리며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가 4년 만에 돌연 작은 스타트업 사장으로 변신한 건 자라나는 딸을 보며 미래 세대에게 맞는 새로운 성장방식을 남겨주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이들 세대에게 공공기술로 창업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남겨주고 싶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제조업 분야 창업기업이 독립적으로 성장한 경험이 없는데,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을 일으키는 방법과 노하우를 물려주면 미래 세대에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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