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MSCI 요구 불허"
편입가능성 '0' 비관론 확산
당국 "단기 실패 연연 안해"

수년째 박스피에 갇혀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졌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편입이 또 불발됐다.

MSCI에서 제시한 요구 조건과 국내 외환시장 정책이 상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편입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MSCI는 15일 발표한 연례 국가 리뷰에서 내년까지 한국을 관찰 대상국(Watch list)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지난 2008년 선진국지수 리뷰 리스트에 편입된 뒤 시장 접근성 제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4년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관찰 대상국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MSCI는 선진국지수 편입 검토를 위해 각 국가를 지속해서 관찰한 뒤 정식 검토를 위한 와치 리스트에 편입한다.

◇원화 환전성 부족에 발목=이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시장의 '원화 환전성 부족' 때문으로 꼽힌다. MSCI 선진국 편입이 국내 증시에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에 핵심으로 꼽힌 만큼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편입을 추진해왔다.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를 24년 만에 뜯어고쳐 '옴니버스 계좌'를 내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주식·외환시장 30분 연장 역시 외화 환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MSCI 측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 초 홍콩 MSCI 사무실을 찾은 금융당국 대표단 역시 이 같은 제도 개선이 외국인의 투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SCI 측은 '24시간 환전 가능 역외 원화시장' 개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정부와 온도 차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환투기 세력의 준동을 우려해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외시장에서 원화 거래는 원화차액결제선물환(NDF)을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역외 원화현물거래 시장이 개설될 경우 외환당국이 모니터링하거나 미세조정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편입 가능성 사실상 '제로'=이에 따라 사실상 우리나라의 MSCI 선진국 편입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MSCI 관찰 대상국 리스트에 오르면 다음해 6월 선진지수 편입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심사에서 편입 결정이 나면 실제 편입은 그 다음해가 돼서야 이뤄지게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역외 원화시장 개설을 외환시장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MSCI 선진 지수 와치 리스트 편입은 사실상 어렵다"며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MSCI 측의 요구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관건이었지만 이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면 돌파보다 주변 요건에서 협상을 재시도 해보는 방안을 제시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SCI 측이 MSCI코리아인덱스 선물을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MSCI코리아인덱스 선물을 통해 한국 증시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의 헤지(위험관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대신 MSCI 코리아인덱스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헤지수단으로 삼아온 KOSPI200 선물옵션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피200선물 등에 집중된 자금이 분산돼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고 있다.

한편 이번 MSCI 선진국 편입 불발로 주식·외환시장 30분 연장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는 금융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한국거래소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애초 설정한 선진지수 편입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니, 이를 위해 급조된 외환시장과 증권시장 거래시간 연장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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