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방조·관리부실 등
무능·부도덕으로 적발못해

감사원, 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1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경영 부실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무능과 부도덕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두 은행은 국책은행이자 대우조선해양 및 주요 조선사의 최대주주다.

15일 감사원은 '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경영 부실에 산은과 수은이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했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산은이 채권단 대주주로서 대우조선의 경영관리 책임이 있는 만큼 부실과 부도덕을 사전에 적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만한 관리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방조했고, 수은은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리통제를 부실하게 이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책은행 출자회사의 부실은 금융공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번 감사는 공적금융 분야의 건전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산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실상 방조=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실 재무상태를 사전에 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이를 간과하고 제대로 된 분석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은 이미 분식회계 적발을 위한 재무이상치분석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구축한 상태였다. 하지만 산은은 대우조선의 재무상태가 해당 시스템 분석 대상에 포함이 되는데도, 시스템 분석을 하지 않고 대우조선이 조작한 재무보고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감사원이 해당 시스템으로 대우조선의 재무현황을 재 분석한 결과, 재무자료를 신뢰하기 극히 의심스러운 상태인 '최고위험등급 5등급'이 나왔다. 5등급 결과를 바탕으로 매출채권 등을 심층조사하자 대우조선이 회계처리기준과 달리 사업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해 결과적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165억원, 63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분식을 통해 4407억원, 1조9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거짓 보고 했다.

산은이 당초 대우조선이 제출한 재무자료를 해당 시스템을 통해 분석해 최고위험등급 판정을 내리고 이에 따라 정밀 조사를 했다면 대우조선의 대형 분식을 사전에 막고 부실 현황을 파악해 보다 엄정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시점에도 대우조선은 이미 산은 등 채권단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대형 부실이 드러난 이후인 지난해 10월에도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통해 추가로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등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밖에도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해 △ 경영컨설팅결과 이행점검 부적정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 인수 등 통제 미흡 △부당한 격려금 지급 승인 및 경영실적 평가 부실 등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은, 조단위 자금 투입하면서 자구안 부실 승인=수은 역시 성동조선해양의 경영관리를 부실하게 이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은은 성동조선의 지분 70.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8월 구조조정에 돌입한 뒤 6년째 채권단의 자금지원만으로 연명하고 있다. 수은이 이 기간동안 투입한 자금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성동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이 사실상 엉터리에 자격 미달인 것으로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다. 수은은 엉터리 자구계획을 별다른 보완없이 그대로 승인하고 공적자금을 성동조선으로 흘려보낸 셈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2010년 8월 이후 4차례 경영정상화이행 약정을 체결하면서 약정이행 담보방안(총인건비 조정, 사업규모 축소 등)을 마련하지 않았고 경영개선 실적이 부진(5년 연속 최하등급)한 상태였지만, 수은은 구체적인 시정계획도 없이 부실한 자구계획을 형식적으로 승인했다. 2013년 제출한 구조조정 자구계획에 따라 적자물량 수주를 최소화 하고 강력한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정상화 과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관리 감독해야 하는 수은이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부실하게 관리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에 성동조선이 또다시 제출한 자구계획 역시 구체적인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개선 항목없이 수주실적 등 일반 경영항목으로만 구성했는데도 수은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그 결과 성동조선은 적자 수주가 오히려 늘어나고 손실도 커져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5년까지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계획도 현재 2019년으로 대폭 지연됐다. 감사원은 수은이 성동조선의 건조원가 적정성 검토 업무를 태만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이 회사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제출한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을 부실하게 작성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방임하고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같은 지적도 사실상 솜방망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산은의 해당 업무 담당자를 일부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을 뿐, 두 은행의 기타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독', '주의' 만을 당부했다. 부실 감독과 비리로 수조원을 허비한 두 은행 경영진에 대한 별도의 징계 건의나 자금 보완 요구는 없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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