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인지도 높이지 총공세
페북·구글 등에 정면 도전장

네이버가 내달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 상장하는 자회사 '라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페이스북과 구글 등 해외 경쟁 사업자를 정조준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의 미·일 동시 상장으로 서구권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와 정면 대결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네이버 이사회는 지난 10일 자회사 라인 상장을 위한 신주발행을 결의하고, 내달 미국과 일본 동시 상장을 결의했다. 상장 날짜는 미국 뉴욕거래소가 7월 14일, 도쿄증권거래소가 7월 15일이다. 공모 예정가는 주당 2800엔이다. 라인은 3500만주 중 일본 투자자 대상으로 1300만주, 일본외 해외 투자자 대상 2200만주를 모집할 예정이다. 업계는 라인 시가총액을 6조5000억원대(6000억엔)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네이버 이사회는 "라인이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 해외 거대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운 사업자와의 경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상장 이유를 밝혔다. 이번 상장을 통해 들어올 1조원 이상의 실탄을 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제 온·오프라인에 걸쳐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의 사업 확장에 따른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15년 전, 맨 바닥에서 '라인'으로 일본에 진출했던 초심을 되새겨, 네이버의 밴드, 웹툰, 브이 등 서비스 글로벌화에 나설 것"이라며 "생존의 문제를 '글로벌'이라는 화두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태국에서 열린 라인 기자간담회에선 '글로벌 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라인은 태국 내 브랜드 인지도가 페이스북에 이어 2위라며, 구글이나 유튜브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인은 올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선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사업으로, 일본선 MVNO(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며, 세계인 생활 전반에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라인이 주도하는 네이버 해외 매출은 335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반 구글' 정서가 강한 프랑스와 연결고리를 강화하며, 유럽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와 프랑스 문화통신부(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각국의 스타트업 육성을 목표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일에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누마(NUMA)와 두 국가 간 스타트업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업계에선 프랑스가 자국 내 포털 1위 사업자인 구글을 제쳐 두고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구글에 대한 반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네이버가 이를 통해 유럽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시장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하지만 라인 메신저 이용자가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에 편중돼 있고, 월간 이용자 수도 지난해 2분기 2억명을 돌파한 이후 정체돼 있다는 점(올 1분기 기준 2억1840만명)은 네이버의 약점으로 꼽힌다.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90%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 월간 글로벌 이용자수 16억명을 지닌 페이스북과 경쟁도 아직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정도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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