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서 첫 '지급거절'
보험사 손해율 급등세
분쟁 3개월새 70건 달해
"도덕적 해이 경종 기대"


# A씨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10월까지 경추통 진단을 받고 도수치료를 19회(회당 15만원, 총 99만7700원) 받고 실손보험에서 비용을 보상받았다. 이후 A씨는 같은 진단명으로 동일 병원에서 12월까지 22회(총 247만6000원)의 추가 도수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전과 달리 지급을 거절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10월 이후 추가로 받은 도수치료는 보험 약관에 명시된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볼 수 없어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A씨의 진료기록에는 경추통 등에 대한 증상 및 통증호소만 기록돼 있고 진단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 검사결과가 없으며 4개월간의 도수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 등이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의 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체형교정이나 미용 등의 목적으로 비싼 도수치료를 수십회 받았다면 보험회사는 비용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9일 그간 논란이 많았던 과잉진료비 실손보험 청구 분쟁에 대해 처음으로 '지급거절' 결정을 내렸다.

박성기 금감원 분쟁조정실장은 "체형교정 등 질병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거나 치료효과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과잉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실손보험 관련 분쟁이 최근 3개월 새 70여건 정도 접수되는 등 분쟁 사례가 급증해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을 일삼는 일부 병원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도수치료란 시술자가 맨손으로 환자의 환부를 직접 어루만지고, 주무르고, 누르고, 비틀면서 자세를 교정하고 통증을 완화 시켜주는 치료를 말한다. 현재 정형외과나 한의원, 요양병원 등에서 도입돼 일반 내원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치료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도수치료 단가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면 횟수 제한 없이 고가의 도수치료를 과도하게 시술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다.

일부 병원에서 고가의 과잉진료를 환자에게 권하거나,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며 고가 치료를 받는 의료쇼핑이 만연해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량한 전체 보험가입자 수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 실장은 "이번 결정을 통해 병원에서 '실손보험 처리가 된다'며 고가의 도수치료를 권하더라도 실제 보험사가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자들이 뚜렷이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처리시 보다 엄격한 지급 기준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질병 치료의 목적'이나 '과잉 진료', '치료 효과' 등 약관에 표현된 기준이 상당히 모호해 자칫 이용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과잉진료나 무분별한 의료쇼핑은 분명히 공익을 해치는 일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추천하는 치료 방식이나 처치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분쟁조정은 전문 의료진의 정밀 진단을 거쳐 나온 결정이지만, 이 조정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험사들이 '치료 효과가 없고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고 지급을 거절하는 관행이 생겨날 수 있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금 신청이 병원 진료 후 이뤄지는 '사후' 단계다 보니 이미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난 후 보험사에서 지급 거절을 당했을 때 이용자 피해만 양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분쟁조정 뿐 아니라 보험사와 환자가 제 3의 병원에서 재진단을 받고 합리적으로 병원비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며 "과잉진료는 누가 봐도 치료 목적인 아닌 고가의 비급여 시술인 만큼, 정당한 치료를 받은 환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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