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동결 한달만에…
'시장과의 소통부재' 비판
자본확충후속조치 의문에
"직접적요인 아니다" 피력
추경 압박 '신호' 분석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1.50%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1.50%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 한은, 기준금리 1.25%로 전격인하
기준금리 전격인하 배경·전망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시장의 동결 전망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경기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 한 달 만에 전격 인하한 것에 대해선 '시장과의 소통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은은 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향후 국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기업 구조조정 관련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의 후속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전날 발표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계획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은이 물가와 금융 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소비·투자 등의 영향을 분석할 필요는 있지만 금리인하 결정에 직접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1.5%로 동결한 직후 갑작스럽게 내린 인하 결정인 만큼 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은은 재정과 구조개혁이 제대로 돼야 통화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 조정 신호를 제대로 주지 않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이 총재는 "단기적인 통화정책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고 재정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라며 "그동안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의 여지와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4월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어느 정도 완화(인하)할 필요성이나 여지가 있다는 암시를 주려고 나름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해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5~6월초까지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변화가 많이 생겼다"며 금통위의 경기 인식이 한 달 만에 급격히 나빠졌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경기지표가 한 달여 만에 급격히 악화했다고 평가하긴 무리다. 지난달에도 수출 감소세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생산과 투자, 소비 등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치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2분기(0.4%) 이후 가장 낮아졌지만 저성장 속도가 한 달 새에만 급격히 빨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경제 상황의 흐름은 이전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은도 한 달 만에 입장이 급박하게 바뀐 셈이라 그 과정에서 시장에 인하 신호를 주는 것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가 국책은행 자본확충 마련에 따른 직접적 인하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연관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관련 정책은 일관성은 있다"며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관련 발권력을 동원했더라도 한은의 기준금리를 연1.5%에서 동결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정부에 추경을 압박하는 신호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니 재정 정책도 함께 가야 한다는 간접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총재는 "추경은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면서도 "결론적으로 말하면 통화정책만으로는 지금 현재의 저성장, 성장잠재력 약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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