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한국전력 기술본부장
박성철 한국전력 기술본부장
박성철 한국전력 기술본부장


미세먼지 논란이 뜨겁다.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초미세먼지(PM 2.5)로 인한 나쁜 대기질 때문이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염원을 줄이거나 없애면 될 일이다. 낡은 경유차를 도태시키고, 산업 시설 및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면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정교한 환경감시시스템을 구축하여 철저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처방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차단하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다.

고령화도 현재와 미래에 동시에 중요한 이슈다.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4.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 90%는 빈곤 계층인 하류노인으로 전락해 사회로부터 소외될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치매 및 빈곤도 문제다. 이 외에도 국제적으로는 물 부족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의 발전에 맞춰진 기술이다. 반면에 지금은 첨단기술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뜨겁기만 하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도 생존의 전략으로써 첨단기술 경쟁에 몰입하거나 시장 지향형 기술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은 이세돌과의 다섯 판의 대국을 벌이는 동안 무려 58조원이나 기업 가치를 증식시켰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딥러닝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이에 더해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인류를 보낼 우주기술과 시속 1300㎞의 초음속으로 나는 하이퍼루프(Hyperloop) 수송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혁명적인 기술적 진보는 이룰 수 있겠지만,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언젠가 탐욕과 광기에 휩싸인 빅 브라더가 세상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수단으로써 이 기술을 오용할 우려도 있다.

적정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결과로 수질이 나쁜 물을 바로 필터로 정화해서 마실 수 있는 라이프 스트로(Lifestraw), 전기 없이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항아리 냉장고(Pot-in-pot cooler), 수원으로부터 손쉽게 물을 끌어올리는 수동식 물 공급 펌프(Super moneymaker pump) 등이 개발됐다.

국내 일부 지자체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사회안전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다. 변압기 열을 이용한 안전사각지대 가로등 점등, 비명소리를 감지하는 손목시계 긴급신호 송출, 스마트폰에 의한 가전기기 제어, 각종 공과금 통합 청구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은 경제성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수십 년 뒤에 좋은 미래가 온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겠으나 현재를 풍요롭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충분히 훌륭한' 기술이 '완벽한 최첨단' 기술 보다 앞선다. 화성에 지구의 식민지를 건설하거나 안드로메다에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우주기술보다 사회적 자본과 상상력의 융합으로 따뜻한 지구촌을 구현하는 적정기술이 더욱 긴요하다. 적정기술 개발에 더욱 많은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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