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의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11) 국내 첫 고유모델 자동차 '포니'
197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모터쇼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가 고유 모델 자동차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반 만이었다. 전 세계 참가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고유 모델을 들고 나온 것에 놀라워했다. 당대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세련된 디자인도 화제였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자동차는 1975년 12월 울산에 연간 120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이듬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세계 16번째,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2번째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는 첫해 1만726대가 판매돼 국내 승용차 판매의 43.5%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에콰도르에 5대가 수출된 것을 시작으로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에 진출해 1978년에는 1만2195대를 수출했다.
포니 개발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고유 모델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포드의 기술을 빌려 5년 동안 자동차 조립생산을 한 경험이 전부였고, 부품 하나 스스로 설계해 본 적이 없었다. 현대차는 1973년 포드와 기술이전 협상이 결렬되고, 정부가 2000달러 이하 국민차를 개발하면서 엔진을 포함해 국산화율이 73%에 못 미치는 업체는 부품 수입에 필요한 외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자동차공업육성계획'까지 발표하자 고유 모델 자동차 독자 개발을 결정했다.
포니 프로젝트는 다국적 기술의 종합 작품이었다. 자동차 플랫폼은 일본, 설계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받아왔고, 생산 기술은 영국 자문단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손으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직접 부딪혀 배워가며 경험을 쌓아갈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자동차 디자인을 의뢰한 주지아로의 '이탈디자인'과 엔진 기술을 도입한 미쓰비시의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 3년 만에 포니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는 1986년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했고, 1989년 승용차 생산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세계 5위권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