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짜 이유 밝혀내야

정부가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CMIT/MIT(가습기메이트)를 원인물질로 인정하고, 피해의 범위를 폐 섬유화에서 호흡기·심혈관계·태아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어처구니없는 판단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히게 된 진짜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외압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CMIT/MIT 제품 제조·유통과 관련된 모든 기업에 대한 수사와 3·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동물실험을 앞세운 엉터리 과학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CMIT/MIT는 유공(현 SK케미칼)이 1994년에 개발한 '가습기메이트'에 사용했던 살균 성분이다. 2011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동산C&G·애경·GS리테일·이마트·다이소 등을 통해 판매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400여 명에 이르고, 그중 50여 명이 사망했다. 옥시싹싹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원조' 가습기 살균제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CMIT/MIT를 원인물질에서 제외하고, 피해증상을 폐섬유증으로 한정시켰던 근거는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의뢰했던 어설픈 동물실험의 결과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처음부터 CMIT/MIT 제품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PHMG(옥시싹싹·와이즐렉)·PGH(세퓨) 제품에 대해서는 10배 농축액과 원액을 이용한 예비실험, 10배 희석액으로 기도주입 실험(마우스 11마리), 전신흡입노출 실험(래트 20마리)을 수행했다. 그런데 '추가'로 진행한 CMIT/MIT 제품 실험에서는 예비실험도 하지 않았고, 기도주입 실험의 규모도 5마리로 축소시켰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책임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의 CMIT/MIT 실험은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었음을 인정했다.

CMIT/MIT는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돼 온 공업용 살균·살충제 성분이다. CMIT 10%와 MIT 3%가 들어있는 다우케미칼의 '카톤'(Kathon)이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SK케미칼의 '스카이바이오1125'와 아치목재보존사의 '아치 CMIT/MIT'도 같은 성분의 공업용 살균제다. 농업용 살충제로도 사용된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인체 흡입독성에 대한 확실한 경고가 포함돼 있다. 흰쥐를 대상으로 확인한 '치사섭취량'(LD50)과 '치사흡입농도'(LC50)가 분명하게 표시된 경우도 있다. CMIT의 인체 흡입독성은 누구나 추정할 수 있는 상식이었다는 뜻이다.CMIT/MIT는 1970년대부터 화장품과 페인트의 부패·변질을 예방하는 보존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CMIT/MIT를 넣은 화장품이 습진 등 피부 알러지의 원인이라는 임상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CMIT/MIT를 보존제로 사용한 페인트로 그린 그림이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보인다는 임상 보고도 있다.

그런 CMIT/MIT를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물질에서 제외해 버린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은 과학적·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1994년 '세계 최초'로 개발돼 가장 오래 공급됐던 특정 제품을 무리하게 원인물질에서 빼버린 이유를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 언론사와 피해자들을 상대로 억지 변명을 늘어놓고, 언론사에 압력을 넣어 전문가 칼럼까지 뜯어고치는 비양심적인 기업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섬유증만 일으킨다는 결론도 어불성설이다. 달리는 자동차에 치이면 충돌 부위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온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상식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증상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내야 한다는 일부 독성학자의 주장도 사실은 자신들의 연구비 확보를 위한 이기적 궤변이다.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나타난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학적 진단 수단이 될 수 없다. 피해자를 신뢰하고, 살인 제품의 사용에 여부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임상진료기록을 근거로 피해 사실을 인정해주는 선진적 정책이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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