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높지만 근로 여건 안좋아 핵심 노동인구 급감속 성장 위기 60대 이상 유권자 핵심수요 부상 노인 맞춤정책 없인 대선 '안갯속' 안정적 일자리 등 실질 대안 필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고령화'라는 암초에 부딪혔지만 정부 정책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 금전적 지원에서 벗어나 안정적 일자리 대책 등 중장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나무그늘에 모여 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고령화'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파트타임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으나, 정부 정책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 금전적 지원에서 벗어나 안정적 일자리 대책 등 중장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고령층에 대한 구체적 공약 없이는 20대 대선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로 34개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75세 이상 고용률은 19.2%로 비교 가능한 24개국 중 가장 높다. 일본은 8.2%, 영국 2.6%, 프랑스 0.4%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고령층의 고용률이 높은 것은 연금소득으로 생활이 불가능하고 이를 뒷받침할 복지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순아 국민연금연구원 박사가 내놓은 '노인가구의 소득수준과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국가 간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후소득에서 근로·사업소득의 비중은 49.9%에 달했다. 이전소득의 비중은 48.6%에 불과했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사적 이전소득은 19.8%다. 자식이나 부모·형제 등 사적인 부양 의무자의 정기적인 지원이 없으면 생활이 빠듯해지는 것이다. 다른 서구복지국가에서 사적 이전소득은 0.1~0.4% 수준이다.
노인 고용률은 최고 수준이지만, 일자리가 대부분 파트타임이고 근로여건·임금은 좋지 않다. 2014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7.2%에 달한다. 노인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저소득층)에 해당하는 노인가구 비율이다. 고령층의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성장은 힘들어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고령화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2050년에는 'BBB'까지 5단계나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고령층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핵심 노동인구는 급감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년층 비율은 2015년 15.2%에서 2050년 41.5%에 달한다. 반면 청년층(15∼29세) 비율은 22.9%에서 14.3%로, 중년층(30∼49세)은 37%에서 21.3%로, 장년층(60∼64세)은 24.9%에서 22.9%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고령층 인구에 대한 맞춤형 정책 없이는 경제 성장 이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생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60대 이상 유권자의 수와 전체 유권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19대 총선 당시 817만명(20.3%)이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984만명(23.0%)까지 증가했다. 19대 총선 당시 60대 이상 유권자 수는 40대 유권자 수(882만명), 30대 유권자 수(822만명)보다 적었지만 20대 총선 당시엔 40대·30대 유권자 수가 각각 884만명, 761만명으로 40·30대 유권자 수가 오히려 60대 이상 유권자 수보다 적었다.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주요 정책 수요자로 부상한 셈이다.
정치권도 고령층 민심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대 국회 임기 시작 첫 날인 지난 달 30일 새누리당 홍문표·이명수·경대수·이종배 의원은 각각 노인복지청 또는 노인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고령층 대책은 대체로 '단기 처방'에만 머무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당시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정액제를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일자리 참여 수당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은 매년 10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고 더민주도 지금의 2배 수준인 65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공약이 실현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에서는 고령층의 표심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60대 이상 유권자에 대한 실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각 당 선거전략의 큰 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