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1대 6으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인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수준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지난해 9월 태극전사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부임 이후 최다실점을 맛봤으며, 16경기 연속 무패와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모두 마감했다.
유럽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객관적인 실력 차뿐만 아니라 '정신력'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나와서는 안 될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이는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어렵게 따낸 슈팅기회에서는 결정력이 부족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나선 스페인은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한국은 전반에만 3실점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전반 30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실바가 기막힌 왼발 프리킥을 선보이며 한국의 골망을 흔든 것이 시작이었다. 2분 뒤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R&F)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실수를 틈타 파브레가스가 텅 빈 골대를 향해 추가 골을 넣었고, 전반 38분엔 놀리토(셀타비고)가 김진현의 다리 사이로 공을 차 득점으로 연결했다.
슈틸레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의조(성남)를 빼고 석현준(포르투)를 투입하고, 후반 16분에는 주세종(서울)과 이재성(전북) 등 K리그 선수들을 내보내는 등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공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스페인은 후반 5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티아고 알칸다라(뮌헨)가 올린 볼을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가 헤딩으로 슈팅,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3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엑토르 베예린(아스널)의 패스를 받은 놀리토에게 또다시 실점했다. 후반 막판엔 수비진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모라타에서 골을 헌납했다.
한 가지 위안거리는 이날 유일하게 득점에 성공한 주세종의 골이다. 교체 발탁으로 대표팀 막차를 탔던 주세종은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며 팀의 영패를 막았다.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주세종은 강한 중거리슈팅을 날렸고, 이는 스페인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 종료 후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골키퍼 김진현의 거듭된 실수를 지적하며 "김진현의 어리석은 실수로 한국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4번째 골 장면에서는 김진현의 타이밍을 지적했고, 경기 막바지에는 김진현을 '스페인 대표팀의 친구'라 지칭하며 "김진현의 또 다른 실수로 모라타가 6번째 골을 넣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을 꾸준히 지켜봤고 강점도 충분히 인지했지만, 현장에서 본 스페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강팀이었다"며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코어보다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며 "유럽과 아시아가 다른 대륙이지만 다른 세계의 축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체코 프라하로 이동해 오는 5일 FIFA 랭킹 29위 체코와 유럽 원정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이혜진기자 phantom_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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