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출신 주도 경영정상화 더뎌
관리·견제 소홀 고액연봉만 챙겨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추천됐던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 변호사가 후보직을 사퇴한 것을 계기로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KDB산업은행 출신들이 최고재무책임자와 사외이사 등 요직을 꿰차고 있지만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는 더디게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이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대우조선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재경본부장인 김열중 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지난 3월 부임한 김 부사장은 1981년 산은에 입사해 경영전략부장과 종합기획부장, 재무부문장(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김 부사장의 전임자인 김갑중 대우조선 재경실장도 산은 재무본부장 출신이다. 2009년 선임된 김유훈 당시 대우조선 재경실장도 산은 국제업무부장과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지내는 등 최근 몇 년간 산은 출신이 대우조선의 재무관리를 책임졌다.

이영제 당시 산은 기업금융4부장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감사위원(기타 비상무이사)으로 활동했고, 이전에는 권영민 당시 산은 기업금융4부장이 감사위원에 선임됐다. 이 두 사람은 산은 현직을 유지하는 기타 비상무이사로 대우조선의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선임했다. 산은은 이영제 전 기업금융4부장 이후 기타 비상무이사를 두지 않고 있다.

문제는 산은 출신들이 경영정상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대우조선이 경영부실에 빠졌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2013~2015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 3조원대의 손실이 한 번에 드러나기도 했다. 각각 흑자라고 발표했던 2013년과 2014년 실적은 정정해 회계 부실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은이 경영관리나 내부 견제를 소홀히 한 채 고액 연봉만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산은에서 받은 '대우조선해양 자문·고문 현황' 자료를 근거로 "2004년부터 특별한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과 돈을 받은 자문역이 60명에 이른다"며 이들이 평균 8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김유훈 전 산은 재무관리본부장이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여 동안 자문역으로 급여 1억5200만원, 사무실 임대료 7800만원과 차량 운용비 1800만원을 지원받았다. 김갑중 부행장(2015년 4월∼8월, 급여 5100만원), 허종욱 전 산은 이사(2009년 4월∼2010년 4월, 급여 4800만원)도 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 수천만원을 받았다.

산은이 최대주주이자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였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나 이들은 이사회에 상정된 대부분 안건에 찬성해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이 외풍에 시달리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인사를 파견하지 않고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에 대한 보은성 인사의 통로로 활용하다 보니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이 정권 실세들이 거치는 통로로 이용되다보니 낙하산 인사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하면 STX조선해양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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