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규정으로 관리…인권침해 소지 상존
부실행정도 야기…'수락산 사건' 피의자 출소 후 관리대상 명단서 누락

최근 서울 수락산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피살사건 피의자 김모(61)씨가 경찰의 관리 대상 우범자였음에도 명단에서 빠진 사실이 알려져 우범자 관리에 허점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우범자'란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사람'을 뜻한다. 경찰은 이미 발생한 사건의 범인 검거뿐 아니라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겸한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평소 우범자들의 동향을 살핀다.

경찰이 관리하는 우범자는 폭력조직 등 범죄단체 구성원과 살인·방화·강도·강간·강제추행·마약 전과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이들이다. 재범 가능성 정도에 따라 '중점관리 대상자', '첩보수집 대상자', '자료보관 대상자'로 구분한다.

문제는 경찰의 우범자 관리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2조는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경찰관 직무의 하나로 규정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을 마친 뒤 출소한 우범자와 관련해서는 아무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은 경직법 2조를 토대로 내부 규정인 예규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우범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려면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나 전자발찌 착용 등은 명확한 근거 법령을 두고 있다. 반면 경찰의 우범자 관리는 법령으로 뒷받침되는 행위가 아니어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우범자 관리는 형기를 채우고 사회로 복귀한 전과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여기에 법적 근거마저 없다 보니 일선 경찰관들이 우범자 동향을 파악하기란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한 경찰 간부는 "법적 규정이 없다 보니 담당 경찰관들이 '요령껏' 인권침해 소지를 피해 동향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며 "이웃을 통해 첩보를 수집하려 해도 행여 대상자에 관한 소문이 퍼질까 싶어 적극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은 '부실 행정'으로도 이어진다. 수락산 사건 피의자 김씨는 강도살인죄로 15년을 복역했으니 출소하면 '첩보수집 대상자'가 돼야 했다.

그러나 그가 과거 구속될 당시 거주지를 관할한 서울 관악경찰서는 올해 1월 김씨가 출소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위치추적이나 통신수사 등 소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첩보수집 대상 명단에서 누락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차라리 경찰관이 관리 대상 우범자를 정기적으로 면담할 권한을 법으로 명문화하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우범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생기면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 확충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경찰이 수많은 우범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핀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이미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복귀한 이들을 경찰이 '감시'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입법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범자 관리는 인권과 안전이라는 두 원칙이 충돌하는 사안"이라며 "안전이 어느 정도 위협받으면 인권을 제한할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도출하고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이송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김모 씨(61)가 조사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이송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용의자 김모 씨(61)가 조사를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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