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


근로자의 안정적 퇴직금 수급권 보장을 목적으로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지난 2015년말 정확히 도입 10년만에 적립금 126조원, 근로자수 기준 전체 상용근로자의 50% 가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조기에 퇴직연금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감독당국의 의지와 퇴직금을 안전히 보전하려는 노사의 이해관계 일치가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은행은 과거 보험사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퇴직금 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작년말 기준으로 시장의 과반을 점유,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적 플레이어가 됐다.

퇴직연금의 성장은 마치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과 같은 고속성장을 이뤄왔다. 타워스왓슨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연금자산 보고서(Global Pension Assets Study)'를 통해 최근 5년간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이 주요 16개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과 같은 면인데) 한편으로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은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중장기 퇴직연금 시장 전망 중 가장 큰 흐름은 DC 중심으로의 시장 전환이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DC로의 전환과 실적배당상품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실제 2015년 DC/IRP 비중은 2.2%p,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1.1%p 증가했다.

그러나 DC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C 가입자들은 정보전달의 미흡 및 부실한 고객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사의 책임이 크지만 일방적으로 금융사 직원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퇴직연금은 고용의 측면과 금융의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본질적으로 제도가 복잡하며, 케이스 또한 다양하여 여러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사의 일반 직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DC의 성장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DC 제도의 특성상 시장 성장에 따른 가입자 증가가 금융사의 업무량 급증으로 연결되면서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DC는 각 근로자별로 자산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업체별로만 관리하면 되는 DB에 비해 거래 건수가 수십배에 달하고 근로자별로 별도 관리가 요구된다.

은행들은 이러한 관리를 일반적으로 지점이나 비대면 채널을 통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법령, 상품, 세제 등의 잦은 변경으로 가입자들의 업무처리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퇴직연금 사업자인 웰스 파고(Wells-Fargo)은행은 퇴직연금 업무를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영역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전담 조직을 두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 지점에서는 퇴직연금 업무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다.

우리와 금융시장 환경이 보다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미즈호은행은 퇴직연금업무를 위한 별도의 지원 센터를 갖추고 지점에서는 신규 고객 발굴과 서류 접수 등 후선 조직이 처리할 수 없는 업무만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 업무를 지점에서 분리시키는 트렌드는 퇴직연금 시장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지점망이 취약한 보험사는 일찍이 본부로 업무를 집중화했고 은행들도 이러한 흐름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다.

물론 집중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방망이는 아닐 것이다. 증권사나 보험사와 비교할 때 은행이 가진 최대의 자산은 광범위한 지점망을 통해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인데, 퇴직연금 업무가 본부로 집중되면 고객들은 불편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눈앞에 있는 지점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낯섬'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지점을 통한 관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은행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점망을 통한 고객의 접근성에 본부의 전문화된 업무처리 및 관리를 더함으로써 퇴직연금에 있어 한국형 고객관리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는데, 퇴직연금에도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인지 호기심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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