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기술혁신 한계·과기 인력부족·후발국 기술 추격 등으로 위기 고조
2003년 노무현 정부 지능형 로봇·미래차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
R&D 공격적 투자… 국가 연구개발비 2011년 49조8904억 '10년새 3배 '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 껑충… 디스플레이, 일본 제치고 점유율 1위

2012년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에서 열린 '올해의 엔지니어' 행사에서 기념 공연을 펼치고 있는 휴머노이드 '휴보'의 모습. 이 행사에서 드렉셀대 음악·엔터테인먼트기술연구소(MET lab)는 휴보 7대로 비틀즈의 음악을 직접 연주해 주목을 받았다. 2004년 KAIST가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는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10여 개 국에 수출됐다.
2012년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에서 열린 '올해의 엔지니어' 행사에서 기념 공연을 펼치고 있는 휴머노이드 '휴보'의 모습. 이 행사에서 드렉셀대 음악·엔터테인먼트기술연구소(MET lab)는 휴보 7대로 비틀즈의 음악을 직접 연주해 주목을 받았다. 2004년 KAIST가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는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10여 개 국에 수출됐다.



■ 과학기술 50년, 미래 50년
<2부> (7) 2000년대 성장동력 정책, 기술 넘어 사회 문화까지 포괄



새천년을 맞이한 2000년대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식경제사회'로 진입했다. 20세기가 자본과 노동을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였다면, 21세기에는 과학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지적자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경제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정보통신과 바이오, 나노 등 혁신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통신기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의 물결이 경제와 산업의 모습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인간 유전체 지도 완성으로 시작된 '바이오 혁명'은 질병과 식량난, 환경오염, 에너지 부족 등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나노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기기의 제조법을 뿌리부터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 기술들은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 기술로 진화해 기술변화의 속도와 영향력을 더욱 높여갔다.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계 선진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분야에 대해 특허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을 융복합해 더 큰 부가가치를 지닌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 장벽을 쌓아갔다. 동시에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급격히 성장한 중국 등 후발국들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술을 근접 거리로 추격해왔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한국은 세계 일류의 첨단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융합해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선도형 기술혁신' 전략이 절실해졌다.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 찾아라"=21세기 들어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식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1세기 연구기금'을 마련하고 국방, 생명의료, 우주, 에너지 분야에 예산을 두 배로 높이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R&D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IT, BT, NT, 환경, 재료 등에 대한 예산을 40% 이상 늘리고, 정보화, 고령화,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중국은 제10차 5개년 발전계획에서 12개 첨단기술 분야 육성을 추진했으며, 2020년까지 우주, BT 등 8대 분야에 9000억위안을 투입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국가 장기과학기술발전계획을 마련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1997년 외환위기 등으로 성장이 가로막힌 우리나라는 기술혁신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모방형 기술혁신의 한계, 창조적인 과학기술 인력과 원천기술 개발능력의 부족, 연구개발 성과의 산업화 부진, 후발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시 주력산업 경쟁력 유지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5∼10년 후 새로운 성장 주도 산업이 될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육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지능형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디지털 TV 및 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 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 및 장기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당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을 배제하고, 수도권 내 성장관리 지역에서 외국인투자기업과 국내 대기업에 대해 첨단 업종 증설을 일부 허용했다. 2005년에는 12개 부처 합동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종합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산업별 주관부처를 설정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는 관련 인력 양성, 재정경제부는 관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토록 했다. 미래유망 신기술에 대한 R&D 투자는 2003년 1조6782억원으로 전체 &D 투자의 30.1%를 차지했으며, 2005년에는 2조7646억원으로 41.1%까지 비중을 키웠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주력기간산업 기술(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신산업 창출(차세대 시스템 SW, 암 진단·치료, 뇌과학 등) △지식기반서비스(융합형 콘텐츠, 첨단물류, 통신·방송 융합기술 등) △국가주도기술(위성체 개발, 차세대 무기, 차세대 원자로 기술 등) △현안 관련 특정분야(식품안전성 평가, IT·나노 소자 기술 등) △글로벌 이슈대응(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예측·적응 등) △기초·기반·융합기술(바이오칩·센서, 지능형 로봇 등) 등 7대 기술분야에서 50개 중점기술과 40개 후보기술을 중점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2009년 '신성장동력 비전 및 발전전략'을 통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발표했다. 17대 신성장동력산업에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에너지, 고도 물처리, LED 응용, 그린수송시스템, 첨단그린도시 등 '녹색기술산업'과 방송통신융합산업 △IT융합시스템, 로봇 응용, 신소재·나노융합, 바이오제약·의료기기, 고부가 식품산업 등 '첨단융합산업' △글로벌 헬스케어,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 금융, 콘텐츠·소프트웨어, MICE·관광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이 포함됐다. 이후 정부는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과 '신성장동력 인력양성계획'을 수립하고,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과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마련, 27대 중점 녹색기술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 전략을 추진했다.

이 같은 2000년대 성장동력 정책은 기술과 산업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제도 부분까지 포괄해 추진됐다. 앞서 1990년대 정부가 앞장서 주도한 'G7 프로젝트'와 '21세기프론티어 사업'과는 달리 폭넓은 기술 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선정하고, 민간이 선행하거나 주도할 수 있는 분야에 정부가 보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성장동력 정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련 대상 사업의 수가 늘어났고, 이에 비해 예산 배정과 사업 차원의 조정 능력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실행력과 성과가 미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각 정부가 집권기간인 5년 내에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 발굴에서부터 계획 수립, 가시적 성과 창출까지 마치려고 하다 보니,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성장동력 분야를 발굴해 놓고도 차기 정권에서 투자가 단절되거나 5년 내에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단기 과제에 치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과학기술 행정 체제 개편=그동안 경제 정책이나 산업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던 과학기술 정책이 2000년대 들어 국정 현안을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과학기술 행정체계 혁신도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이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경제와 연계돼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R&D 사업의 실행력이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격상시켰고, R&D 사업의 기획·조정·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국가 R&D 예산 조정 및 배분권을 부여하고, 그 심의 결과를 반영해 기획예산처가 국가 R&D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3개의 과학기술계 연구회와 19개 출연연구기관은 국무조정실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이관해 과학기술혁신 정책과 출연연에 대한 육성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 같은 과학기술 부총리 체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폐지됐다. 이명박 정부는 고등교육과 R&D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를 출범했다. 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폐지하고 기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부여했던 정부 R&D 예산 조정배분권을 다시 기획재정부로 이관했다. 범부처 과학기술 종합·조정을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국 기능은 교과부 정책조정기획관실에서 수행하도록 행정 체제를 개편했다가, 집권 중반에 과학기술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기존 비상설 회의체에서 상설 행정위원회로 신설했다.

◇핵융합·우주발사체·신약…글로벌 과학기술 중앙무대로=2000년대에는 R&D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 국가 연구개발비가 2001년 16조1105억원에서 2011년 49조890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도 꾸준히 높아졌다. 200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 경쟁력에서 29위를 기록한 데 비해, 과학 경쟁력은 7위, 기술 경쟁력은 6위에 올라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적으로 상당한 위치까지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산업을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신산업 부문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했다. 2004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반도체가 9.5%로 2위, 디스플레이가 38.6%로 1위, 휴대폰이 22.1%로 2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서는 2001년 일본을 제치고 대형 TFT-LCD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한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르기까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과 시장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는 2006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첨단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2002년 12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기록해 '인터넷 왕국'으로 불리게 된 우리나라는 2003년 지상파 DMB 시험방송과 2005년 휴대용 무선인터넷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시연하고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2010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입찰에서 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5㎿급 연구로 건설사업을 수주해 원자력 역사 50년 만에 첫 수출 달성했다.

2007년 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완공하고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미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기반을 확보한 것도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2002년 우리 기술로 만든 액체추진로켓(KSR-Ⅲ) 발사에 성공했고, 2006년에는 7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발사됐다. 아리랑 2호는 70%가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된 위성으로,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m급 해상도 관측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2001년 국내 자체 모델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한 데 이어, 2007년에는 한국형 이지스함 1호 '세종대왕함 KDX-3'를 진수해 세계 다섯 번째 이지스함 보유국이 됐다.

이밖에 2003년 LG생명과학은 항생제 신약 '팩티브'를 개발해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KAIST는 2004년 인간형 휴머노이드인 '휴보'를 개발해 로봇 기술의 상당 부분을 국산화했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한국형 고속열차를 개발해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열차 기술 보유국이 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