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당했다. 화웨이는 24일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자사가 보유한 4세대(G)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침해 주장 부분은 휴대전화 기술과 운영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트트웨어 등 11건이다. 화웨이는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와 유사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허 침해 여부를 떠나 이번 화웨이의 소송 제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IT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기업의 '굴기'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특허 기술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통신기업이 휴대폰과 전자업계 세계 1위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소송 제기에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맞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삼성전자 지적재산권 담당 임원은 이미 '가만 있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휴대전화 세계 1위에 세계 통신 기술 선도자였던 삼성전자로서는 뒤퉁수를 세게 맞은 격이다. 애플과 수년에 걸쳐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어서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짝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주 항공 국방 등 거대 미래산업에서는 우리를 능가하지만 산업기술에서는 아직 우리를 추월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왔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 등 IT기업들이 내수를 바탕으로 급성장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미숙하고 모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면도 눈에 띄었다. 그러던 '중국'이 '한국'에 기술료를 지불하라고 나온 것이다.

사실, 몇몇 중국 기업들, 특히 통신장비 시장에서 시스코를 바짝 뒤쫓고 있는 화웨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통신장비와 휴대폰산업에서 요주의 업체였다. 휴대폰에서도 화웨이는 샤오미가 노골적인 모방을 서슴지 않았던 데 반해 자체 정체성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화웨이의 이번 소송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 아니다. 화웨이는 2009년 처음으로 세계 특허건수 1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에도 3898건의 특허 신청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683건으로 4위에 그쳤다. 특허 신청이 화웨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화웨이가 기술력을 끌어올린 데는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했다. 화웨이는 연매출의 10%인 1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8만명이 기술개발 인력이다. 5G에서는 한국을 앞서겠다는 국가 전략으로 대규모 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 5G는 LTE-TDD에서 발전한 기술이어서 중국 업체들이 강점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5G를 세계 최초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시범 서비스를 한다는 둥 잔뜩 바람을 띄웠지 실제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통신기술 개발 핵심부서인 네트워크사업부를 축소하는 등 엇박자를 보여왔다.

우리에게는 CDMA와 와이브로라는 뛰어난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세계화에 실패해 주도권을 LTE로 넘겨줬다. 이후 노키아 에릭슨 퀄컴 등에 막대한 특허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5G에서마저 화웨이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처지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국가차원의 특허기술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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