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붙어있는 한 광고를 보았다. '다방'…? 처음에는 찻집 광고로 오해했다. 몇 번을 보고 나서야 그게 월셋방 중개소임을 알았다. 다방만 있는 게 아니라 '직방'도 있고 '방구'나 '빠방'도 있다. 주로 소형 거주시설을 중개하는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원룸, 1.5룸, 투룸, 쓰리룸, 오피스텔, 아파트 등 전세 월세의 유형이 나와 있다.
"1인가구가 집단주의에 젖어있는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서울시는 2030년 1인가구가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이미 이 비율을 훌쩍 넘었다. 세 집에 한 집꼴이다. 직장인이 많은 중구 을지로 등 6곳은 70% 이상이 1인가구다." <집단주의를 뒤흔드는 1인가구>제하의 동아일보 기사다(2016. 4. 19).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 시내 어느 골목에서나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족을 흔히 볼 수 있다. 혼자서 공부하면 '혼공'이라고 부르고.
중앙일보 재테크 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 재건축보다는 주택을 매각하고 월세를 얻을 수 있는 다가구주택이나 원룸주택을 신규 취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원룸이 어떻게 생긴 방일까? 작은 방 하나에 침실 거실 부엌 식당 화장실 등을 겸하도록 설계한 주거형태를 말한다.
30여년 전 얘기다. 미국대학 입학신청서에 기숙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웬 스튜디오(studio)란 용어를 보고 이게 어떻게 생긴 방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스튜디오? 그림 그리는 아틀리에를 가리키는가? 여권사진을 찍는 사진관도 아니고! 사전을 찾아봤다. 첫째, 라디오와 TV방송국의 스튜디오. 둘째, 영화 촬영장(때로 studio는 영화회사다). 셋째, 무용이나 에어로빅 강습소 넷째 화가 조각가 사진가 만화가 등의 작업실. A studio is a room where a painter, photographer, or designer works.
또 다른 뜻으로 스튜디오는 studio apartment를 의미하고 영국에서는 studio flat이라고 부른다. 스튜디오가 바로 우리식 원룸인데 one bedroom apartment와는 크게 구별된다. 한국의 원룸은 규격까지 다양해서 오픈형, 분리형, 복층형으로 나뉜다. 서양에서 집 크기를 얘기할 때 one bedroom, two bedroom, three bedroom 등 침실의 개 수를 따진다. 아울러 bathroom이 몇 개인지도 중요한 정보다. 가끔 집광고에 1/2bath가 등장한다. 샤워장 없는 화장실을 말한다.
"I am looking for a studio apartment. Do you have any available?" "Yes, we have two vacancies"(스튜디오를 찾고 있는데요 뭐 나온게 있나요? 예, 두 개 비어 있어요). 1980년대 초 나는 뉴욕에 있는 I-House에 산 적이 있다. 아이하우스란 international house의 줄임말로 록펠러의 지원으로 뉴욕, 버클리, 시카고 등에 지어놓은 기숙사 이름이다. 뉴욕의 I-house는 7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데(결혼한 학생부부를 위한 아파트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스튜디오다. 방에는 작은 침대, 책상, 싱크대, 옷장 뿐이고 층마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이 별도로 있다. 물론 카페테리아와 휴게실 따위가 갖춰져 있다. 콜럼비아대학교 옆에 있는 아이하우스는 기숙사비가 저렴해서(30여년 전 한달 $340이었지만 지금은 $1100 수준이다), 유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미국의 one bedroom 아파트는 거실과 침실이 따로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one room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략 25평 안팎의 규모쯤 된다. 대부분의 미국 아파트는 가구를 붙박이로 갖추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아파트도 냉장고, 세탁기, 옷장 등 built-in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가구까지 갖춰 놓았으면 furnished apartment, 가구가 없으면 unfurnished apartment라고 부른다. 특히 스튜디오에는 futon이나 sofabed를 갖다놓은 경우가 많은데, futon(매트리스나 요를 가리키는 일본어에서 온 영어)은 빼든가 젖히면 침대로 쓸 수 있는 소퍼이고, sofabed는 이름 그대로(sofa that can be converted into bed) 침대 겸용 소퍼인데 futon에 비해서 더 크고 튼튼하고 안락하다.
세계적으로 공유 경제 시대다. 빈 방이나 집을 사용하지 않을 때 통째로 빌려주는 Airbnb가 여행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 숙박 공유서비스 Airbnb는 약6000만 명의 여행객이 190개 국가의 빈방, 빈집을 이용토록 돕고 있다. 안쓰는 방이 있다면 Airbnb에 등록해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등록시 짝퉁영어 one room을 쓴다면 제대로 소통이 되겠는가? 반드시 one bedroom apartment와 구별해서 studio라고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