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바이오 하겠다고 난리가 난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방 사라질 거품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놀라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이를 닮고 싶어하는 많은 나라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이후 10년째 2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고 지난해에는 6년 만에 그마저 줄었다. 게다가 지난 수십 년 한국을 먹여 살린 주력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 소식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외친지도 한참 지난 요즘 정말로 뭘 먹고 살아야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은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사는 산업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1971년 통일벼를 개발해 보릿고개를 사라지게 한 '통일벼 아버지' 허문회 박사님의 업적도 바이오였고, 1975년 당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인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함과 동시에 진단법과 백신 모두를 개발한 '한국의 파스퇴르' 이호왕 박사님의 업적도 바이오였다. 2002년 1호 글로벌 신약인 팩티브가 개발되어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수출 성과를 계기로 바이오 업계에서는 모처럼 활기를 느끼고 있다. 모두 '아이디어와 끈기'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오산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소개한 몇 가지 사례의 키워드는 '아이디어와 끈기'였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우르르 몰렸다 싸늘하게 빠지는 그런 연출에 익숙한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과거 정부 주도로 빠르게 성장해 잘사는 나라가 되었던 좋은 추억은 잊자. 바이오산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특히 기업들의 시장진입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개혁은 대표적 사례다. 초기 바이오기업 육성펀드를 운영해 초기기업 육성 및 창업·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규제는 없애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 가이드를 해주는 방향으로, 투자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끈기가 실현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최근 판교 클러스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판교에 와보면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소와 기업들, 젊은 연구원들의 자유로움, 그리고 클러스터를 생기 있게 하는 환경 등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디어와 끈기가 바이오경제 실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연구자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ICT와 게임 중심의 판교 클러스터에서 바이오기업이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판교만의 그것이 아니라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단기간, 조기에 성과 창출이라는 표어는 잊자. 대신 아이디어와 끈기를 통한 성공과 실패, 그로부터 얻는 지식의 축적,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 성장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이디어와 끈기'를 북돋아주는 생태계 조성을 통해 제2의 통일벼와 한타박스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