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법 개정 논의가 걸음마 단계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

24일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영업비밀보호법을 개정하고 규정·지침을 신설하는 등 영업비밀 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고 독립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경영상 정보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보호하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법을 제정해 가장 발 빠르게 영업비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새 연방법으로 '영업비밀보호법'을 제정, 기존에 주마다 다르던 영업비밀 보호규정을 연방 차원에서 통일시켰다. 또 특허나 상표와 마찬가지로 영업비밀 침해 시 연방법원에 바로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영업비밀 보유자 일방의 신청만으로 침해물 압수명령을 허용하는 등 민사적 구제 수단을 확대하고, 고의·악의적 침해일 경우 손해액의 두 배까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수단을 법에 포함시켰다.

일본도 영업비밀 침해·유출 시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규정을 개정,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죄의 벌금형 한도를 대폭 인상하고, 해외 유출 시는 가중 처벌토록 했다. 또 부정취득 시도나 국외에서의 부정 취득, 부정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한 제품의 유통 등 처벌 대상 행위를 확대하고, 최초 및 2차 부정 취득자만 처벌하던 것을 3차 이후 취득자도 처벌하도록 확대했다. 아울러 영업비밀 침해로 얻은 부정 수익을 임의로 몰수하는 규정도 신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경제적 억지력을 강화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영업비밀 정의, 불법행위 범위, 구제수단 등을 규정한 '영업비밀 지침'을 유럽의회에서 통과시켜 유럽 단일의 강화된 영업비밀 보호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영업비밀 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허청 한 관계자는 "국내는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법률 개정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영업비밀 대상범위 확대, 침해 시 벌금 상향 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영업비밀 침해 시 형사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시 침해자에 대한 증거제출 의무와 악의적 침해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등 민사적 구제수단도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정관영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침해사실 입증 책임을 보다 쉽게 하면서 손해배상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강력한 제재수단과 함께 오랜 기간이 걸리는 영업비밀 소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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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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