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도약연구)
김병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도약연구)
김병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도약연구)

뇌출혈이나 뇌허혈로 인한 뇌졸중, 교통사고나 운동과 관련된 사고에 의한 뇌 및 척수손상, 그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게 느낄 수 있는 병적상황이고, 이러한 질환 혹은 손상은 평생 동안 마비를 남기는 신경기능의 장애를 떠올릴 것이다. 즉, 한번 파괴된 뇌나 척수는 평생 그 기능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1970년대에 개봉했던 영화 '수퍼맨'에서 절대지존의 힘을 가진 수퍼맨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라는 배우가 말에서 낙상해 척수에 손상을 받은 후 남은 여생 동안 사지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마비 상태로 보냈다는 사실은 뇌척수 손상이라는 질환은 절대 회복될 수 있는 신경기능 장애를 남긴다는 이미지 형성에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기능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손상된 신경조직, 즉 신경신호가 흘러가는 신경회로가 한번 손상을 입게되면 다시 재건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미 100년도 더 이전의 신경과학자인 Cahal은 신경재생과 관련된 일생의 연구를 통해 "일단 발생이 완료되면 성숙한 신경의 돌기들은 성장과 재생의 가능성이 완전히 말라버린다"라는 기술을 남겨, 그 당시부터 신경회로의 재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사람과 같은 포유류가 아닌 다른 종(種)의 동물에서는 신경회로의 재건이 가능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물고기와 같은 동물들은 척수를 실험적으로 손상을 줘도 절반에서 어느 정도의 재생이 일어나고, 양서류의 경우에는 재생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진화론적으로 원래 하등동물의 경우에는 신경회로의 재건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유전적·분자적 기작이 작동을 했으나, 포유류와 같은 고등동물로 진화하면서 한번 만들어진 신경회로가 잘 변화하지 못하도록 재건의 유전적·분자적 기작의 작동이 억제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2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적어도 쥐와 설치류 동물에서는 신경회로, 특히 신경신호가 전달되는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축삭돌기(axon)의 재생을 촉진하는 유전자들이 다량으로 발견됐고, 이러한 유전자를 조작할 경우, 신경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도의 축삭돌기 재생이 실험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게 됐다. 특히 이러한 유전자들 중 상당수가 뇌 조직 이외의 기관에서는 종양(tumor)의 형성을 촉진하는데에 활용되는 유전자들임이 밝혀져서,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뇌에서는 종양형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손상된 축삭돌기, 더 나아가 신경회로의 재건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본 연구자는 신경회로의 재건을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신경세포 주변의 염증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종양이 일단 형성된 이후 분열의 속도가 빨라지고 주변조직으로 침윤할 수 있는 악성종양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종양주변에서 발견되는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특히 종양주변의 염증세포와 염증세포에서 매개되는 염증활성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신경회로의 재생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특수한 조건에서 신경세포의 주변으로 종양주변의 미세환경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염증세포 및 염증활성물질이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신경세포 주변의 염증세포 및 염증활성 물질의 활성화가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케모카인이라는 생리활성물질에 의하여 이루어짐을 밝혔고, 이러한 케모카인 유전자의 발현은 종양형성에 기여하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되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러한 연구를 보다 집중적으로 수준높게 연구하기 위하여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사업(도약) 연구과제를 2015년에 수주했다.

본 연구를 통해 신경회로의 재건을 촉진할 수 있는 염증매개 활성물질을 동정하고, 이러한 염증매개활성물질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신경회로 재건 촉진 신약이나, 염증매개활성물질을 분비하는 세포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기술들이 한번 손상된 신경회로를 100% 재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특히 사람의 경우 설치류에 비하여 신경재생의 능력이 더 떨어져 있고, 기능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신경회로가 더 복잡하기 때문에 설치류의 실험결과가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에서 신경회로의 재생이라고 하더라고, 실제 이러한 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신경기능 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기능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즉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다시 걷도록 하기 위한 신경회로의 재건은 아마도 우리세대에서는 힘들지 모른다. 그렇지만 휠체어로 몸을 움직일 때 다리의 보조적인 근력을 이용할 수 있거나, 소변의 자발적 배뇨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는 수준의 기능회복에 필요한 신경회로의 재건은 충분히 달성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한 본 연구가 이러한 신경회로 재건 치료기술의 개발을 앞당기는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상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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