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월 단위 대금정산 방식 외상 의존도 150% 넘기도 "고객권익보호 유보금" 주장 품절·배송지연 각종 페널티 독점판매 강요 계약도 '성행'
불황 속에서도 매년 급성장세를 이어온 온라인유통 산업이 치킨게임 속에 소셜커머스 업계가 6년째 적자를 기록 하면서 업계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서울에 위치한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배송될 물품들을 나르고 있다. 본지DB 사진
■ 이슈진단 온라인유통, 내실없이 기회없다 (중) 소비자 만족 명분 내세워 판매자 옥죄는 소셜커머스
불황 속에서도 매년 급성장세를 이어온 온라인유통 산업이 치킨게임 속에 소셜커머스 업계가 6년째 적자를 기록 하면서 업계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서울에 위치한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배송될 물품들을 나르고 있다. 본지DB 사진
# 소셜커머스 3사에서 육가공품을 판매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셜커머스 내 판매자 관리 시스템 상에는 반품·환불 요청이 없었지만 고객이 4개 주문 건 중 3개를 반품해 상품이 A씨에게 배달돼 온 것이다. 식품 배송에 필요한 아이스박스는 물론 착불비조차 동봉돼지 않았고 배송 과정에서 이틀간 상온에 방치돼 상품은 폐기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판매 대행업체(소셜커머스)가 일방적으로 반품·환불을 승인했기 때문으로, A씨는 판매대금을 받을 수 없었음은 물론 상품 4개 원가와 착불비 등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소비자 만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판매자들에 대한 '갑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셜커머스 3사의 지난해 연 거래액은 8조원(한국온라인유통협회 추산)에 이른다. 2010년 500억 규모였던 소셜커머스 시장은 5년 만에 무려 1만5900%나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은 판매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전략'이 바탕이 됐다고 판매자들은 입을 모은다. 소셜커머스 판매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소셜커머스는 소비자에게는 천국, 판매자들에게 지옥' 등의 글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판매자들이 주장하는 소셜커머스의 갑질은 대금정산 방식, 각종 페널티 부과, 독점판매 강요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정산 문제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거론되고 공정거래법에 반할 소지가 크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딜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고, 정산시스템 개선 작업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 판매자들에게 줘야 할 돈으로 회사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3사는 지난해 총 8300억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3사 총 매출의 절반 가까운 영업손실을 입은 것. 매출로는 상품 원가, 판매관리비 등 운영 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회사가 운영되는 것은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현금 덕분(?)이다.
소셜커머스는 판매자들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들여와 현금을 받고 파는 구조다. 판매대금을 받는 시기와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시점에 차이를 두면 회사를 운영하는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 소셜 3사의 현금성 자산(현금+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총 9199억원(쿠팡 7115억원, 티몬 1137억원, 위메프 947억원)이다. 반면,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금액으로 추정되는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이를 훨씬 웃돈다. 쿠팡의 매입채무·미지급금은 5151억원, 티몬은 3015억원, 위메프는 2492억원으로 각각 전체 매출의 45%, 154%, 115%에 이른다.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는 이마트의 미지급금은 전체의 1% 수준인 점을 보면 소셜커머스의 외상 의존도는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판매자에게 일시에 대금을 치러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면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38%밖에 갚지 못하게 된다.
소셜 3사는 딜이 종료돼도 판매자들에게 정산을 한 번에 하지 않고 주 또는 월 단위로 나눠 주고 있다. 최근 한 판매자가 정산 방식과 관련해 위메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 판매자에 따르면 위메프는 주 단위 정산체계를 지난달 말 월 정산으로 수정했다. 이는 익익월 100% 정산 방식인데, 예를 들어 판매자가 4∼5월 딜을 진행하면 6월에 4월 판매분, 7월에 5월 판매분을 정산받을 수 있다. 이 판매자의 경우 현재 위메프에서 40개 딜을 진행하고 있고 한개 딜당 월 200만∼300만원 정도 매출로 월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갑자기 월 정산으로 바뀌면 6월까지 매달 8000만원 정도를 위메프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사업 운영자금이 막히게 된 판매자가 주 정산으로 변경을 요청했지만 위메프측은 딜당 500만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경우만 주정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쿠팡은 월 정산, 주 정산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티몬은 주 정산을 기본으로 한다. 주정산은 판매 대금의 20∼30%를 유보금으로 책정해 완전 정산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업체들은 고객 권익 보호 때문에 유보금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반품 요구 등 판매 사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분할 지급 방식으로 주 정산을 하고 있다"며 "고객 편의를 제공하려면 판매자에게 일부분 제재를 가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유통업자는 상품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 등에 줘야 한다. 40일을 넘길 경우 지연이자를 줘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민원이 납품업체에 대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내달 소셜커머스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셜 3사는 아울러 서비스 강화라는 명분 아래 품절, 배송지연, 중복등록 등에 각종 페널티를 두고 있다. 그런데 3사가 기준이 다른 데다 명절특수, 연휴, 제품 특성 등에 예외 없이 일률 적용해 판매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쿠팡 품절 페널티는 판매가의 30%로, 10만원 짜리 상품을 팔면 3만3000원이 패널티로 제하고 정산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배송지연 시 택배사의 입력착오 시에도 판매자에게 페널티를 매긴다.
또 다수의 판매자들은 소셜 3사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지만 경쟁사에 물건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어느 시장이나 고객 만족도와 판매자 보호는 반비례할 수밖에 없지만 소셜커머스는 판매 수수료의 잦은 변동, 정산·환불·반품 등 시스템 미비, MD와의 개별 계약 등으로 인한 혼란이 커 판매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며 "우선 정산 시스템을 개선해 안정적으로 판매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