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산화물 기준치 20.8배 과징금 3.3억원·리콜 명령 환경부 조사 20개 차종중 19개 차종이 기준치 넘겨 퇴출 움직임 확산 전망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에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불법으로 임의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 10월 폭스바겐 조작 사태가 발생한 이후 차츰 수그러들던 디젤차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유럽에서도 잇달아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디젤차에 대한 퇴출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환경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디젤차 20개 차종을 조사한 결과, 한국닛산이 수입·판매한 캐시카이가 배기가스의 양을 불법으로 조작하는 임의 설정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시카이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실내 인증기준(0.08g/㎞)과 비교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8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임의 조작을 발견한 폭스바겐의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캐시카이는 르노-닛산그룹 닛산자동차가 제조한 차량이다. 1.6ℓ 르노엔진을 탑재했고, 수입판매사는 한국닛산이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11일까지 국내에서 814대 팔렸다. 국내 수입한 캐시카이가 영국에서 제작했다는 점에서 해당 차량이 많이 판매된 유럽 시장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10일간 한국닛산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과징금 3억3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아직 판매하지 않은 캐시카이 차량은 판매정지 명령을, 이미 판매한 814대는 모두 리콜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또 타케이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제작차 배출가스 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한국닛산은 환경부가 발표한 캐시카이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해 이날 즉각 부인했다. 한국닛산은 공식성명을 통해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며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폭스바겐에 이어 닛산까지 연이어 배출가스 임의 조작이 확인되면서 '클린 디젤' 신화는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대상 차량 20종 중 BMW 502d만이 배출가스 기준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스포티지, 한국GM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벤츠 E220,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폭스바겐 투아렉, 제타, 골프, 비틀 등 17개 차종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보다 1.6~10.8배를 초과했다. 특히 르노삼성차 QM3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7.0배로, 캐시카이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르노삼성차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현재 17배에서 8배로 낮추는 등의 개선 대책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QM3는 ℓ당 18.5㎞에 달하는 연비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던 모델인 만큼 이번 배기가스 초과 발표에 따라 판매에도 파격이 예상된다.
이번 국내 조사에서 배기가스에 대한 임의 조작이 밝혀진 차량은 캐시카이뿐이지만, 조사 대상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존 실내 인증기준보다 높아 나머지 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독일에서는 최근 GM 산하 오펠이 추가로 배기가스 저감장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지적받았고, 피아트 500X도 실내 주행검사 시간 20분 경과 이후 배기가스 정화장치의 작동을 멈추는 편법을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는 등 다른 업체의 불법 행위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과다 배출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면서 "실제 도로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을 시민이 그대로 마주하고 있어, 무작정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기 폐차라든지 판매 중지, 또는 친환경차로 대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