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상황 저축성상품 부담
'IFRS-2' 도입때 RBC 150%↓
부채급증·건전성 악화 등 예고
회계상 자본확충 방안 등 모색
중소형사는 심각성 인지 못해


위기의 보험산업 (상) 추가 자본적립 공포
조선, 해운 등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산업은 현재 구조 자체가 저성장, 수주절벽 등으로 개선 희망이 적어 강력한 구조조정이 아니면 회생이 어려운 상태다. 이들 산업 말고도 '구조조정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산업들이 있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보험산업도 그 중 하나다. 보험회사별로 수조~수십조원의 자본을 내년부터 3년 안에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하는데, 시장은 포화됐고 비용효율은 떨어지는 구조에서 자본 확충 방안도 쉽지 않다. 결국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 매각 사례처럼 부실 보험사부터 차례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보험업계 전수조사를 통해 현재 보험회사가 당면한 자본 확충 및 업황, 경영상태에 대해 긴급점검해보고 보험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타진해 본다. <편집자주>

◇생보 상위 5개사 43조원 3년 안에 확충=본지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5개 생명보험사들의 국제회계기준(IFRS)·솔벤시2 등 변경 회계제도·건전성 제도로 인한 추가 자본금 적립 예상액(추정치)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약 50조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3년 안에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5개사 중 상위 5개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ING생명)는 3년 안에 충당해야 할 예상 자본적립금이 4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0조원의 87%에 달하는 수치다. 고금리 상품 보유 비중이 높은 빅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는 보유 총자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자본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현 상태에서 그대로 IFRS4-2를 도입할 경우 생명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자본이 50조원 가량 추가로 필요하고, 생보업계 전체 지급여력비율(RBC)이 각사 평균 150% 가량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은 "손해보험쪽은 IFRS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이슈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생보업계가 문제인데 고정금리 상품 보유 비중이 높은 상위권사 뿐 아니라 변동금리 상품이라도 최저보증이율을 제시한 상품 비중이 높은 경우 자본금 확충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대다수가 2020년부터 공통적으로 시행에 돌입하는 IFRS4-2는 회계장부상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 회계장부에서는 향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부채로 인식한다. 새 회계기준에 따르면, 책임준비금(돌려줄 보험금)을 매년 새로운 가치로 인식해 부채로 회계장부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추가적으로 쌓아야 할 자본금이 대거 발생한다.

또 바뀐 회계기준에서 저축성 보험상품은 '보험수익' 항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매년 수익으로 잡히던 매출 규모도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제도 변화에 따라 일부 대형 생보사들이 자본금 확충 공포에 직면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치솟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한 탓이다. 당시 보험소비자들의 대규모 계약 해지를 막고 자산 규모를 지키기 위해 국내 대형생보사들은 고금리(7~8%대 약정형) 저축성보험 상품을 대거 판매하면서 회사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불렸다.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할 만큼 저금리 기조로 바뀐 상황에서 이 같은 상품은 보험금 지급 부담을 크게 늘렸고, 보유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까지 도입이 예고되면서 회계장부상 부채가 급증하는 건전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반면 외국계나 소형사, 또한 1990년대 말 당시 고금리 보험 판매 광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던 생보사들은 추가 적립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 수 백 억원 수준이거나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장성보험 라인업 위주의 라이나생명은 새롭게 확충할 자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자체 산출됐다고 밝혔고, 2013년 신규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자체 분석 결과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한 특별한 자본금 확충 이슈가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외국계보험사들도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수천억~1조원대 규모의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남의 집 불구경' 중인 중소형사=중소형사들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분석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사 담당자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IFRS 기준서가 하반기에 나온다'거나 '금감원의 정확한 기준 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총자산이 10조원대 중반인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등은 규모에 비해 자본 확충 충격이 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회사가 컨설팅을 통해 추가 자본금 규모 조사에 나섰을 뿐, KDB생명 등은 분석에 돌입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회사들과 유사한 자산 규모의 알리안츠생명이 매각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자본금 확충(최대 1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것처럼, 생각지 못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면서 "KDB생명이나 PCA생명 등 시장에서 매각이 진행 중인 회사임에도 명확한 자본금확충 규모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특히 자본금 확충 규모가 큰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한화생명 등 수십조원이 필요한 곳은 확충비용을 체계적으로 연도별로 나눠서 확충할 회계상 방법을 찾고, 자본 확충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위권사들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주는 등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규기자 dksh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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