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꽃들이 만발하는 즈음에 우리 회사는 IT 아웃소싱 연장계약 협상을 진행한다. 보통 기본 계약기간을 몇 년 단위로 정해놓고는 있지만 매년 단가 변동을 협상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각 고객사별로 서비스 범위 조율을 포함한 단가 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인상 및 직원 승진에 따른 급여인상분 등을 감안해 약간의 단가 인상을 기대했으나 일부 고객은 경영상황의 악화를 이유로 단가 인하 또는 전체 금액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쯤이면 화사한 봄 꽃이 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요즘 IT 업계 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한다.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신규 IT 투자가 줄어들어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고객의 기대수준은 높아져 리스크 증대 및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제 SI는 물론이고 그동안 안정적으로 평가 받아온 IT 아웃소싱마저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기업이 IT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는 핵심역량에 그들의 자원을 집중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 전문성을 활용해 정보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IT 아웃소싱을 단순히 전산시스템 운영으로만 이해한다면 이러한 최초의 의도는 잊혀지고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계약 시마다 단가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어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기간 만료 후 업체를 교체하겠다는 압력이 가해온다.
물론 시스템 운영회사를 교체하는 일은 고객사 입장에서도 매우 큰 부담이다. 쉽게 바꿀 수 없기에 용역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라 평가되고 민간시장의 경우 진입할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IT 업체로서도 IT 아웃소싱 시장은 안정적 현금흐름과 수익을 가져다주는 매력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IT 아웃소싱마저 안전하지 않다. 여기에는 기존 IT 업체의 책임도 크다. IT는 이제 모든 산업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나아가 수익창출의 동인으로서 부각되는 상황까지 되었음에도 너무 기존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에만 매달리고 고객에게 창조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 변해야 산다.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안정적인 운영은 기본이고 고객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신기술을 적극 발굴, 소개하고 적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회사도 고객 만족·고객 가치 증진을 위해 주기적인 VOC(Voice Of Customer) 청취를 기반으로 개선활동을 점검하고, 서비스 향상방안 도출 및 적용을 위한 정기 제안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워크그룹을 운영해 자체 역량 강화 및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고, 당사 주관의 신기술 및 솔루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스템을 위탁하는 고객도 IT 아웃소싱을 선택했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상생 파트너로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격에만 치중하여 업체를 선택하면 우수한 인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시스템 운영 리스크는 커지며 그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마음 편히 꽃 구경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