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SKT - CJ헬로 인수합병 논쟁
찬·반측 각자 유리한 방향 해석
SKT "이종산업 결합 경쟁촉진"
KT·LGU+ "방송 독점은 안돼"


정부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통신 업계가 해외 통신방송 기업합병 사례를 놓고 또다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영국 2위와 3위 이통사 간 결합을 불허한 반면, 미국은 2위와 4위 케이블TV 업체 간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를 두고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측은 각자 유리한 쪽 사례를 내세우며, 이번 기업 인수합병을 승인해야 한다, 불허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EC)는 11일(현지시간) 영국 4위 이동통신사인 쓰리유케이(ThreeUK)의 2위 오투(O2) 인수·합병을 최종 불허했다.

EC는 "현재 4개인 영국 내 이동통신사가 두 회사 합병으로 3개로 줄어들 경우, 통신비가 올라가고 산업혁신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유럽 기업결합 법률에 따라 인수합병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쓰리유케이는 홍콩의 허치슨 왐포아 그룹, 오투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가 각각 대주주인 영국 이통사들이다. 쓰리유케이는 지난해 1월 150억 달러(약 19조원)에 오투를 인수하겠다고 영국 정부에 합병 신청서를 냈지만, 17개월 심사 끝에 최종 불허 판정을 받았다.

이에 반해 미국 정부는 최근 거대 케이블TV 업체 간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8일(현지시간) 3위 케이블TV 사업자인 차터(Charter)의 2위 타임워너케이블(TWC) 인수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차터는 TWC 인수로 2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2720만명을 보유한 1위 컴캐스트에 이어 2위 사업자가 됐다.

이처럼 상반된 해외 정부 심사 결과를 두고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측은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제시하며, 심사를 진행 중인 우리 정부가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EC의 합병 불허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영국 사례를 두고 "쓰리와 오투의 결합은 40%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이통사가 탄생하는 동종 업종 기업결합이기 때문에 독점 우려가 있어 EC가 거부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추진하는 CJ헬로비전 인수는 이통사와 케이블TV사가 상호 보완을 위한 이종산업 결합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에 대항할 막강한 2위 유료방송 사업자를 탄생시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미국 사례에 대해선 "케이블TV사 간 동종 업종 결합이지만, 1위에 대항하는 경쟁력 있는 2위 사업자 탄생을 위해 FCC가 허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T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두 회사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동통신-알뜰폰,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동종업계 간 결합이 명백하다"며 "이통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확보한 SKT 지배력이 결합상품 등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사업자 감소에 따른 가계 통신비 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 합병 승인 사례에 대해선 "차터와 TWC 합병은 2위 사업자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중복되는 방송권역이 거의 없고 지역 내 독점 강화 현상이 없어 허용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면 전국 73개 케이블방송 권역 가운데 15개 권역에서 곧바로 점유율이 50%를 넘게 되는데, 미 FCC는 컴캐스트의 TWC 인수합병 시도 때는 46개 권역에서 점유율 50%를 넘게 된다며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의 인수 합병이 동종산업 결합과 이종산업 결합 측면이 섞여 있다고 보고, 각 영역별 시장 영향력을 측정하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인수합병 결과가 잇달아 나오며, 앞으로 논쟁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 심사 일정 상 최종 결론은 8~9월 경 나올 예정인데, 20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국회에서도 난타전이 불가피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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