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마트자동차·IoT 등
4차 산업혁명 총력 대응
중견기업 등과 공동연구
산업생태계 빠르게 조성
제도개선·인프라 동시에

국가 R&D 혁신방안

최근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혁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는 국내총생산의 4.29%(2014년 기준)를 차지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이 선진국을 빠르게 뒤쫓는 '패스트팔로' 전략을 취하던 2000년대 이전에는 CDMA 상용화와 DRAM 개발 등 여러 핵심기술 성과를 거뒀지만, 점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 같은 '추격형 R&D'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불황까지 겹쳐 R&D 투자규모를 늘리는 데도 한계에 봉착한 정부는 지난해 국내R&D의 체질 자체를 '선도형'으로 바꾸겠다며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또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미래부 내에 범부처 R&D 총괄·조정 기능을 담당할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혁신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특히 혁신을 주도할 과기전략본부가 미래창조과학부 내 실장급 조직으로 설립되다 보니 전체 국가R&D를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의 무게가 약했고, 부처 내에 자체 사업과 조정기능이 함께 있어 '선수심판론' 문제도 계속 지적돼왔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했다. 12일 처음 열린 전략회의에서 정부가 꺼낸 카드는 '국가전략 프로젝트(가칭)' 추진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스마트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특히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이 같은 첨단 기술을 산업에 접목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부처가 관련 사업을 마련해도 예비타당성조사 등으로 인해 예산을 확보하는 데만 수년이 걸려 속도전에 밀리고 있다. 또 부처 간 유망 분야에 대한 중복사업 문제와 칸막이로 인한 불협화음, 산업계와 동떨어진 연구개발(R&D) 등 비효율적인 정책 수행으로 R&D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대통령이 직접 '될만한 기술'을 뽑아 진두지휘해 속전속결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G7 프로젝트'와 '21세기 프론티어' 등 대형 국책 R&D 과제와 달리 R&D뿐만 아니라 사업 생태계 조성과 규제 개선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각 프로젝트는 각 부처가 후보사업을 제시하면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선별해 세부기획을 마련하고, 이를 전략회의에서 최종 선정한다. 과제 기획단계부터 대기업이 개발기술·제품 수요자로 참여하고, 중소·중견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산업생태계를 갖춘다. 여기에 실용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나 공공 인프라 구축도 동시에 추진한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R&D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앞당겨 조기에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도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일례로 스마트 자동차의 경우 수요 기업인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출연연 등이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센서 등 부품 개발은 중소·중견기업에 맡긴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와 관련 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내년에 우선 추진할 프로젝트는 차기 전략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9월 이전에 첫 프로젝트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부처별로 10%, 과기전략회의에서 5%의 R&D 예산을 감축해 프로젝트 추진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성광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과학기술전략본부와 미래부만으로는 R&D 혁신 추진력에 한계가 있어 전략회의를 신설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각 부처가 협력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 집행력을 강화하고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통해 산·학·연 주체 간의 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이번 혁신 전략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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