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효과에 그치고 다시 올라
당분간 엔저 흐름은 어려울 듯
아베노믹스 효과 한계 다다라

일본이 엔화 가치를 내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효과가 신통치 않다. 당국의 환율 구두개입 의사 표명으로 잠시 하락했던 엔화 가치는 다시 상승세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 경제 회복이 불투명하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0% 내린 달러당 108.60엔대에서 거래됐다.

전날까지 이틀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겸 부총리는 "환율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밝혔다. 때문에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2주 만에 최저 수준인 1달러당 109엔대(10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엔화 약세 추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구두개입만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말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일본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환율 조작 감시를 강화했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 회의론에 시달리는 아베 정부는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엔화 가치 상승 막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동력을 살려내 기업 실적 추가 하락을 막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엔화 강세는 수출 경쟁국인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현 상황처럼 엔고 현상이 오래간다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전문가들은 엔화가치가 올해 안에 예전 수준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를 보인다. 김태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6월에 추가 완화책을 내놓는다면 엔고가 진정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엔저로 가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달러 가치가 올라 상대적으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경기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난관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아베노믹스 3년 일본경제, 다시 약해진 성장 동력' 보고서에서 "소비와 수출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기업 실적도 하락해 당분간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대규모 금융완화, 신속한 재정 지출, 공격적인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제시하며 일본 경제를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금융완화로 일본은행이 연간 50조엔이나 되는 대규모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 정책 효과는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엔화 가치가 다시 강세로 전환됐다. 급기야 올해 4월에는 엔화 환율이 2014년 10월 말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 밑으로 떨어졌다.

류상윤 LG경연 책임연구원은 "올해 1월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중국의 주가 하락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일본은행이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유지할 힘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류 연구원은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설비투자도 기업의 수익 악화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3%로 작년 성장률(0.5%)보다 낮게 제시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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