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의 악성 뇌종양 특성을 몸 밖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실험모델을 개발, 악성 뇌종양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필남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은 3차원 체외 종양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악성 뇌종양의 약물 저항성(내성) 발생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악성 뇌종양은 주변 조직으로 스며들어 퍼지는 특성이 매우 강해 치료하기 힘든 질병 중의 하나다. 수술로 종양을 절제해도 주변 조직에 넓게 침투한 잔여 세포들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효율과 생존율을 높이려면 남아 있는 잔여세포를 표적으로 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항암제는 종양의 악성화와 침투 특성의 주요 원인인 주변 미세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돼 종양의 침투 및 약물 저항원리를 규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뇌종양 미세환경의 주요 구성요소인 '과함유 히알루론산 기질'과 '백색질 경로'를 모방한 구조로 만든 3차원 체외종양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체내에 존재하는 악성 뇌종양의 특성을 몸 밖에서 유사하게 유지시켜 종양모델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히알루론산은 뇌종양의 주변 침투와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경세포의 유수신경섬유가 많이 있는 백색질 경로는 뇌종양의 확산 경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실험모델에 히알루론산 합성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입하자 초기에는 뇌종양 침투와 확산이 억제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환경 적응 과정에서 뇌종양이 새 기전을 통해 약물에 내성이 생기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 모든 과정을 3차원 체외 종양모델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동물실험을 대체해 다양한 항암제를 조합·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또한 향후 정밀한 암 치료를 위한 핵심 기반 기술로 환자 맞춤 약물 검증과 신약발굴 모델 등에도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필남 교수는 "뇌종양의 체외 종양모델로써 공학적 기술 기반의 3차원 미세환경 암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뇌종양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4월 2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연구재단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차정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1저자로 참여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KAIST 김필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환자 대체 치료용 3차원 체외 뇌암모델의 모식도. KAIS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