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표준에 어긋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를 개혁할 경우 63조5000억원의 부가가치와 92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제기됐다. 갈라파고스 규제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극소수의 국가에만 있는 차별적 규제를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수도권 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지주회사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게임셧다운제, 금산분리, 택배 증차규제 등을 7대 갈라파고스 규제로 분류했다. 이어 계량화된 선행연구와 가정에 기초해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산출한 후,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별 취업 유발계수를 곱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산했다. 92만3000개의 일자리는 2014년 청년 실업자 수 38만5000명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갈라파고스 규제로 분류된 이들 규제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유독 강경한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한국적 경제상황의 특수성이나, 특정 기업군의 육성 필요성,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경제철학 등에서 이런 규제가 생긴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 규제를 아예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그만큼 규제개혁이 이뤄진다면 효과는 더 클 것이다.

한국경제가 성장정체에 빠져든 지금, 정부의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와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국회의 동의가 절실하다. 규제개혁은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상황에선 절대적이며, 특히 다른 나라와 차별적 규제가 벌어질 경우 우리 토종기업만 역차별을 받게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개혁 얘기가 틈만 나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규제 시스템 자체를 포지티브(Positve) 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기준에 맞는 것만 선별해서 규제를 푸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모든 규제를 풀되 현실적으로 곤란한 부분만 예외 금지규제로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강경한 어조로 규제개혁을 외쳤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다 풀려서 없는 규제들이 쭉 돼 있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꽁꽁 묶여 있는 규제들을 비교해 볼 때 정말 답답한 마음"이라며 "이래 놓고서 어떻게 우리가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2월 이후 대통령의 의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발현하고 있는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규제개혁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와 일자리 개수의 신뢰성을 의심하기 전에, 지금 한계상황에 봉착한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막힌 혈관을 뚫는 일, 규제 개혁은 지금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산업구조개혁 과정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지금,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시대에 뒤처진 규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한숨 쉬고 있는가. 원격진료, 드론택배 등 중국만 해도 발 빠른 규제개혁을 통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규제개혁은 기존의 것, 기득권을 모두 버린다는 심정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네거티브 방식이다. 규제혁파 없이는 대한민국의 신산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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