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골프주 '혼조'
증권업계 "더 지켜봐야"
"중소업체가 타격" 분석도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이 발표되면서 이에 타격이 불가피한 유통, 식품, 골프 등 내수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김영란법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예측이 힘든 탓에 주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현대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쇼핑 등 백화점업종의 주가는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이 발표된 지난 9일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4일 14만5000원에서 9일 14만원으로 하락, 10일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며 13만8000원까지 떨어졌다가 보합 마감했다. 롯데쇼핑은 4일 25만9500원에서 9일 23만5500원까지 9.24% 하락했다가 10일에는 23만7000원으로 소폭 올랐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시행령 제정안 발표 당일 5만4700원을 기록, 전 거래일 대비 1.26% 하락했다가 10일 5만5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김영란법 적용 범위와 세부 규정이 구체화되면서 백화점 관련주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 가격의 상한이 설정되면서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에 발생했던 선물세트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경우 5만원을 초과하는 명절 선물세트의 매출 구성비는 전체 선물 세트의 약 95% 정도로, 대부분의 선물상품 가격이 법정 상한액을 초과한다.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공직자부터 공기업 직원, 국공립 교직원,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및 그 배우자 등 300만여 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앞서 주력해왔던 추가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설 연휴 주요 백화점들은 선물세트 매출을 전년 대비 8~13% 늘리면서 추석 연휴까지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세트는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카테고리였다"며 "현재는 비중이 적은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제품을 늘려 라인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선물세트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의 영향이 관련 업종의 매출 등 실적에 실제 타격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선물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영향은 있겠지만 그게 어느 정도 일지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백화점이나 선물세트를 제조하는 대기업보다 오히려 한우 등 정육과 사과 등 과일, 특히 백화점에 납품하는 상등급 제품을 위해 투자한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기업보다는 실질적으로 제품 제작과 납품에 관여하고 있는 중소업체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악재가 어떤 내수주에 작용할지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주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해 6월11일 최근 1년 최고가 15만2000원을 기록한 이래 하락세를 보이며 10일 7만900원으로 53.35%의 감소했다. C&S자산관리는 9930원(지난해 7월 22일 종가기준)에서 51.66% 줄어든 4800원, 에머슨퍼시픽은 4만7500원(지난해8월5일 종가 기준) 대비 20.42% 줄어든 3만7800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골프의 경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주된 고객층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미 지난해부터 위기의식이 확산됐다는 점이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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