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본격화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등 금융공공기관의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 회의실에서 '금융위원장-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공공기관의 연공서열 호봉제를 폐지하고 개인의 성과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기 위한 개인평가지표가 오는 6월 윤곽을 드러낸다.
10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인 평가지표 개발이 6월경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은 지난 4월 임금단체협상을 위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과 노사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지만 사측은 일단 평가지표 개발 등을 준비하면서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9개 금융공기관과 각기 보수, 교육, 조직운영(평가, 영업방식, 근무방식 등)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표를 개발하고 여기서 도출된 안을 오는 3분기까지 평가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임종룡 위원장이 올 초부터 금융공기관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4월까지 성과주의 문화를 조기 도입하는 기관에 대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자 금융공기관들도 지표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금융공기관이 실시한 외부 컨설팅 결과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토대로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중"이라며 "6월경 조직(집단)평가나 개인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9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공식화한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평가지표 개발을 사실상 완성한 상태다. 김홍태 예보 업무역량강화TF 실장은 "보수 부분(연봉제)에 대해선 이미 노사 합의가 이뤄졌고, 노사가 참여하는 TF를 조직해 평가 지표를 최종 완성하고 있다"며 "기존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하면서 조직평가와 개인평가에 대한 부분을 좀 더 구체화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공기관이 마련한 평가지표 방향은 우선 동일 직급이라도 역량에 따라 연봉 차이를 뚜렷하게 두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시중은행과 업무가 유사한 IBK기업은행의 경우 성과지표에서 영업 실적 등 기여도에 따라 동일 직급이라 하더라도 연봉이 최대 20%까지 차이가 나도록 평가 지표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공사나 보증기금의 경우 기업은행이나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파트가 없기 때문에 성과 차이를 확연히 두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무 특성에 따라 우수한 직원에게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하고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냉철한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지표를 개선하는 것은 비단 성과주의 도입이라는 당국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조직이라면 마땅히 도입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업무실적과 같은 단순 양적 지표가 아닌, 금융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질적 평가를 강화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실제 예탁결제원의 경우 1인당 장내외 결제대금 처리대금 규모나 전자투표 관리계약 체결건수 등 단순 수치의 많고 적음으로 성과를 평가하던 것에서 장내외 시장 결제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전자계약 체결의 경우 투자자 의결권행사비용을 절감한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 서비스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개선했다.
다만 예보와 캠코를 제외하고 나머지 7개 금융공기관은 아직 노조와의 협상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평가지표를 개발하더라도 노조와의 합의가 없으면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금융노조는 9개 금융공기관이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인 사용자협의회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노사협의 자체를 무산시켰고 평가지표 역시 노사 공동 개발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당장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노조의 의견을 묵살한 채 당국이 불법적으로 성과주의 도입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에 5월 집중투쟁에 돌입하면서 금융위 규탄 대회도 연속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