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50만원 결제한도·셧다운제
시장경제 유례없는 '옥죄기'
게임 등 콘텐츠 육성한다더니
'문화융성' 헛구호에 그쳐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이라는 국정 기조가 무색하게 문화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산업이 낡은 규제 틀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월 50만원 결제 한도' 규제, 밤 12시가 넘으면 무조건 청소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등 세계 유례 없는 규제가 게임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시행돼 13년간 유지돼온 온라인게임 월 결제 한도(50만원) 규제가 게임 업계의 강한 '폐지 주장'에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과다 결제 방지를 명분으로 2003년 도입된 결제 한도 규제는 성인등급 온라인게임의 결제 한도를 월 5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업계는 이 결제 한도 규제가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강국에서 온라인 게임 후진국으로 추락한 주요인으로 지목하며 전면 폐지할 것을 주장해왔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도 온라인게임 월 결제 한도를 정하고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전문가들은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소비자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온라인게임 규제 개선을 위해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 업계·학계 전문가, 소비자단체로 구성한 실무협의체가 논의를 해왔지만, 결제한도 규제 완전 철폐보다는 완화가 바람직하다는 정부 입장에 부딪히며 규제가 그대로 살아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제한도 규제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업계와 달리 문체부와 게임위는 '철폐'가 아닌 '완화' 방향을 끝까지 고수하며, 월 결제한도를 소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한도를 갑자기 폐지할 경우, 업계가 혼선을 겪을 수 있고 이용자 과다 결제 우려를 해소할 대안도 마땅히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결국 게임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는 결제 한도 규제 개선 방향을 '완화'로 잡고 '결제 한도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 결제 한도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협회는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문체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문체부가 가이드라인에 동의하면 이달 중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결제 한도 규제 폐지에 적극 나서야 할 정책 당국인 문체부가 규제 개선 방향을 '폐지'에서 '완화'로 퇴보시키는 역할을 주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제 한도는 2003년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구 게임산업협회, 게임사 간 임의로 정한 온라인게임 아이템 구매 결제 한도다. 주민등록 번호당 월 30만원(성인등급 온라인게임)이 당시 정해진 결제 한도다. 이후 게임물관리위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심의에 이 기준을 적용했고, 2009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제 한도를 월 50만원으로 상향한 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규제로 시작한 이 규제는 사실상 게임사의 사업 자율권을 침해하는 강제 규제로 변질돼 게임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결제 한도를 초과하는 온라인게임은 자연스럽게 게임위로부터 등급을 받지 못해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 또 한도를 넘기면 과태료,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는 강제 규제로 변질돼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결제 한도 규제에 더해 지난 4년간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 시장을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한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중독 막는다는 취지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게임 내수 시장에서만 1조1600억원이 감소하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0%에서 2013년 56.1%, 2014년 55.4%로 줄어들었다. 업계는 세계 유례 없는 게임 규제를 내려놓지 않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규제완화를 통한 내수 활성화, 또 이러한 기조 아래 올초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함께 발표한 '게임·VR 산업 육성책' 등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루는 '문화융성'을 핵심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있고, 관련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결국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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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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